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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해외건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 한화건설 대림산업 등 사우디에서 대규모 플랜트사업을 하던 건설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적잖은 손실을 기록했다. 대림산업만 해도 사우디 등 해외 사업장에서 손실이 급증해 작년 한 해 영업손실 270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가 공사 현장에 자국민 채용 비율을 높이도록 강제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적자 사유는 사우디 정부의 강경노선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우디 실업률이 12%로 카타르 등 다른 중동국가보다 높다 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12년부터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는 각종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말에는 해외 인력이 근로비자를 발급받을 때 물어야 하는 비용을 대폭 높인 데 이어 이듬해에는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1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추방시킨 것이다. 여기에 최근 해외 기업들에 사우디 국적 근로자를 전체 중 최고 15%까지 고용하도록 하면서 현지 공사 현장 곳곳에서 ‘인력대란’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현장에 투입됐던 인력 대부분이 빠져나가다 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져 건설현장 임금은 현재 2011년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사우디 정책에 맞춰 채용한 현지인들은 대부분 숙련공이 아닌 초보자라 반대로 생산성은 기존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건설사 관계자는 “근로자 수준이 전보다 떨어지지만 어떻게든 공기는 계약대로 맞춰야 해 인력 투입을 더 늘리고 야간 작업까지 강행하다 보니 인건비가 계속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까스로 공기 안에 공사를 마무리해도 근로자들 역량 부족에 제대로 플랜트가 작동되지 않아 발주처가 추가 공사를 지시해 결국 공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현지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최근 두바이유 가격이 작년의 절반 아래인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떨어지자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국가들이 대규모 플랜트 공사 발주를 줄이는 분위기다.
사우디의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는 작년 말 발주 예정이던 20억달러 규모 라스 타누라 정유소 프로젝트 입찰을 1년 연기했다.
가뜩이나 쪼그라든 국내 기업들의 사우디 공사 수주는 올해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2년 162억달러에 달했던 연간 수주액은 지난해 30억달러로 2년 새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주요 먹거리인 사우디 석유화학·가스 플랜트 발주도 지난해 62억달러로 2012년 33%에 불과할 만큼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이참에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지역 먹거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업종을 다변화해 중동발 위기의 체감도를 많이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 중 47.5%가 중동에서 나왔는데 이는 모든 지역 가운데 가장 높고 전년보다는 7.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시장 비중을 늘리고 단순 도급보다는 시행까지 함께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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