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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은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89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7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7일간 연기금이 국내 증시에 쏟아부은 돈만 9113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3243억원, 개인이 847억원을 내다 판 것과 비교하면 연기금이 사실상 코스피 하락을 홀로 버틴 셈이다. 특히 연기금은 개인과 외국인은 물론 투신까지 모두 매도에 나선 지난달 28일에도 나 홀로 315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피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연기금이 하루에 3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것은 2011년 8월 9일 이후 약 3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연기금이 1월 한 달간 비중을 확대한 종목은 건자재주와 시멘트주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 수혜주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연기금은 성신양회와 아세아시멘트 등 시멘트주와 LG하우시스 등 건자재주 비중을 늘렸다. 또 저유가 수혜가 예상되는 한진칼,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티웨이항공을 보유한 티웨이홀딩스를 순매수했다.
노주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1월 한 달간 연기금이 비중을 확대한 종목들의 특징은 부동산 정책 관련주나 유가 하락 수혜주, 낙폭 과대주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연기금이 순매수에 나선 상위 20개 종목 수익률이 13%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은 과거부터 증시가 무너질 때마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실제 연기금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월평균 8000억원 상당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연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자금만 10조6000억원이 넘는다.
연기금은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순매수 규모를 대폭 축소해왔다. 연간 10조원이 넘던 순매수 규모도 절반으로 줄였다. 연기금 중 대표 격인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이 19.9%에 달해 목표치인 20%에 근접한 이유도 있지만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장주들이 실적 부진에 빠지는 등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추가 매수를 망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연초부터 연기금이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에서는 연기금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연기금은 지난 7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네이버 현대모비스 등 대형주들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내건 정부 정책이 본격화하고 지난해 낙폭이 컸던 대형주들이 반등을 모색하는 등 연기금의 수급 여건이 개선되는 만큼 연기금의 순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주경 연구원은 “연초부터 유로존 양적 완화(QE) 시행과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내부적으로는 상반기 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 부양 강화 기대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연기금의 매수세는 조금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기금이 최근 7거래일 동안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던 정유·화학·조선(정화조) 등의 순매수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를 두고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 경기민감주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연기금이 1900선을 바닥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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