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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지난해 인수한 우리투자증권에서 고객자산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WM(Wealth Management) 사업부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진 재무지표 변화를 놓고 최근 내부 분석을 지시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 9월 말 3분기 우리투자증권(우투증권)의 WM사업부 판매 실적이 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3분기는 우투증권이 농협증권과 합병을 앞두고 지난해 5월 31일자로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한 후 3개월이 지난 시기였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우투증권 WM사업부 292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전체 인력 1339명 중 22%에 달하는 규모다. 인력 구조조정은 증권업계의 장기 불황 앞에서 불가피했다. 물론 합병 이슈 때문에 조직이 어수선한데 희망퇴직이 자칫 우투증권의 우수 인력을 유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됐다.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남은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 실적은 당초 우려와 달리 오히려 크게 개선됐다. 특히 우투증권 실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WM사업부 금융상품 판매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WM사업부의 3분기 매출에 해당하는 주식·금융상품 판매 수익이 698억원에 달했다. 희망퇴직으로 인력은 22% 줄었는데 3개월 만에 매출은 되레 24% 이상 늘었다. 현장 영업이 강화됐다는 얘기다. 임 회장은 “영업현장에서 인력이 크게 줄어 걱정했는데 매출이 늘어 깜짝 놀랐다”며 “남은 직원들 사이에서 건전한 실적 경쟁이 이뤄지면서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사조직 전문컨설팅 회사인 밸러스의 정해주 대표는 “조직 내 미묘한 ‘불문율(UROG·Unwritten Rule of Game)’이 깨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저 사람보다는 내가 낫기 때문에 대충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거라는 조직 내 관행이 어긋나면서 긴장상태로 옮겨갔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느슨했던 조직이 구조조정으로 나도 꼴찌가 되어서 곧바로 명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조직 내 활력이 생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2대8의 법칙을 적용해 보면 이번 희망퇴직으로 평균 수익 이하의 고객을 갖고 있는 80%의 직원들 중에서 일부가 빠져나가면서 조직 전체의 평균 생산성이 높아진 셈이다. 정 대표는 “효율적인 인력 배치와 성과 보상에 따른 적정한 인사 조치는 직원 개개인 간의 건전한 경쟁을 불러일으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최고경영자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 사례가 비대면 거래의 급증으로 점포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금융사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해석한다. 인력의 효과적인 재배치가 실제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비대면 거래
[송성훈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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