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 금리선이 마침내 무너졌다.
고객들은 2%대의 저렴한 대출금리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더욱 싼 값에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사상 최대의 증가폭을 보이는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외환은행의 고정금리대출 최저금리는 지난 6일까지 연 3%를 넘었으나, 7일 2.98%로 떨어진 후 매일 하락세를 이어가 15일에는 2.85%까지 내려앉았다.
최고 금리마저 연 3.15%에 지나지 않아 많은 고객들이 연 2% 후반대 대출금리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고정금리대출의 최저금리 또한 3%선이 무너져 2.98%로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 후반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010년 5%에 달했으나 2012년 4.63%, 2013년 3.86%로 내려간 데 이어 지난해 11월 3.3%로 하락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제 많은 고객들이 2%대 후반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대출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고정금리대출 금리도 지난 10일 3%선이 무너져 2.97%로 내려앉은데 이어 15일에는 2.92%까지 떨어졌다.
우리은행 고정금리대출과 변동금리대출의 최저금리도 모두 3% 밑 아래로 내려왔다. 고정금리대출 금리는 2.91%, 변동금리대출은 2.9%까지 주저앉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량고객이라면 금리가 2%대 후반인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변동금리대출 금리는 아직 3.0%지만 붕괴가 멀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 후반까지 떨어진 것은 시장금리의 지속적인 하락 때문이다.
통상 고정금리대출의 금리는 국채 금리에 연동해 움직인다. 변동금리대출은 시장금리와 함께 움직이는 코픽스를 반영한다.
그런데, 새해 들어 유가 급락,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움직임 등 세계 경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에 돈이 몰리자 각국의 국채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국채 가격이 올라가면 반대로 금리는 떨어진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만기 3년 국채가 새해 들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지난 14일에는 2%선이 무너져 1.97%가 됐다. 만기 5년 국채도 2.09%까지 하락해 2%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국채 금리는 반등하는 듯했으나, 다음날 다시 급락해 시장금리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하락은 이미 1천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우려할만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년간 은행 대출을 통해 늘어난 가계 빚은 37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석달 동안 늘어난 가계대출이 무려 20조원을 넘어 가계대출 급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리가 2.8%인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1억원을 빌린 사람의 이자 부담은 월 23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대출을 너무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이상은 주택 구매와 상관없는 생활비나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등을 목적으로 한 대출이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대출금리가 더 떨어진다면 가계부채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향후 금리가 올라가면 늘어난 가계부채가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돌아와 경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소비 위축을 더 심화시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시장에서 전망하는 대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대출금리는 더 떨어져 대출수요가 늘어난다"며 "이 경우 거시
그는 "가계부채 문제야말로 우리 경제의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인 만큼,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을 떨어뜨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책 목표를 설정, 엄격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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