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중개업 진출 허용이 번복됐다. 서울 개포동 주공 1단지 상가에 공인중개업소들 간판이 걸려 있다. |
새누리당 소속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국토교통부 담당자들과 마주한 이유는 한 가지, 하루 뒤 국토부가 발표할 육성 방안에 들어 있는 중개업 규제 완화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금배지’ 위력 덕분인지 국토부가 13일 발표한 육성 방안에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임차인 모집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빠졌다.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국민 경제와 밀접한 공인중개업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자 국토부가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원안이 백지로 돌아간 것이다. 자신들의 생계수단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눈치채고 여당 의원을 설득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물밑 작업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애초 국토부가 준비했던 육성 방안은 양날의 칼이었다.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중개·이사·세탁업 등 진출 가능한 업무영역을 확대해줘 기업들이 민간임대주택시장에 들어올 문을 넓혀주려 했다.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기업들이 민간임대주택시장에 들어올 유인이 높아지겠지만 해당 업무 영역에 종사하던 기존 영세업자들은 일감을 뺏긴다는 반발에 직면해 논란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었다.
대표적인 게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임차인 모집을 허용하는 방안이었다. 현행 제도 하에서도 임대사업자가 직접 임차인을 모집하는 것은 가능하다. 임차인을 모집하는 것은 임대사업의 핵심이지만 사업자들이 직접 임차인을 찾아나서는 데는 정보 부족과 시간·비용 문제 때문에 대개 관리업체에 맡긴다.
문제는 1985년 공인중개사 자격제도가 도입된 이후 공인중개사법상 ‘중개’ 행위는 중개사만 할 수 있어 관리업자가 임차인을 모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위탁관리업자가 임차인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그 대표가 중개인이고 임원의 3분의 1 이상이 중개인이어야 한다. 또는 위탁관리업체가 자회사 형태로 별도 중개법인을 만들어 관할 시·군·구청에 등록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국토부는 장기임대주택은 관리업체도 임차인 모집을 할 수 있도록 신규 허가를 내주는 것을 추진했다. 규제를 완화해 관리업체가 중개업무를 할 수 있게 되면 입주자 역시 중개수수료 없이 집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중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결국 없던 일로 돌아간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업형 임대업을 키워 중개업·건설업·기타 서비스 관리업 등 유관 산업이 융합된 주거 서비스 시장을 만든다는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었다”며 “당정에서 협의한 것이 뒤집힐 가능성도 적고 중개업계 반발도 심해 결국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아직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사업 진출 여부를 확정짓지 않은 건설사들로서도 딱히 주장을 내세울 처지가 아니다. 푸르지오 서비스 등 위탁관리업체를 자회사로 둔 대우건설 같은 경우는 부담이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설사들로선 중개업이 아닌 이사·세탁업 등 부속 서비스 분야에 기업이 진출하는 것에 대해 기존 해당 업계가 반발하면 정책이 다시 바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임차인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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