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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은행이 수입자의 물품 수령증조차 갖고 있지 않았던 점이다. 간단히 말해 은행들은 모뉴엘 수출물품을 수입한 사람이 해당 제품을 받았다는 증빙도 없는 수출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대금 지급을 먼저 해줬던 것이다.
사실 모뉴엘 수출 거래 중 90%는 홍콩에 있는 기업 간 거래였다. 해상 거래 때에는 운송화물의 수령 또는 선적을 인증하는 선하증권이 필요하지만, 홍콩에 있는 기업 간 거래(육상 거래) 때는 물품 수령증이 있어야 무보와 은행 간의 보험 거래도 성립하게 된다.
무보 관계자는 “모뉴엘과 은행 간의 거래 초기에는 정상적인 서류 심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하지만 거래 규모가 늘고 모뉴엘의 수출채권 결제 실적도 양호하자 우량 채권으로 보고 심사도 소홀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일선 현장에서 은행이 실제로 수출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현장 심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보다 안전한 담보대출을 원하게 된다. 은행들은 무보 보증만 믿고 ‘도덕적 해이’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은행도 무보에 대한 불만이 많다.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수출자나 수입자의 신용은 무보가 철저히 사전에 조사하는데 이번은 무보가 잘못한 것 아니냐”며 “무보 담당 직원은 물론 전임 사장까지 모뉴엘 보증 문제 때문에 구속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무보를 믿고 대출해줬는데 보험금 거절은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출채권 성립 여부를 확인하는 간단한 서류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은행도 대출이 허술했다는 점을 피할 수 없다. 은행의 서류 심사상 문제점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한 수출 거래에서는 미국의 한 도시에 있는 수입업자의 소재국이 중국으로 기재된 사례도 있다. 보험 가입자가 아닌 다른 사업자가 물품을 구매했음에도 대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물품을 누가 운송했는지 문서마다 다르고, 위탁가공업체가 변경됐는데도 직전 위탁가공업체에서 물건이 출고된 것으로 되어 있고, 주문 전에 물품이 먼저 출고되는 서류까지 나왔을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뉴엘은 은행 지점에서 ‘슈퍼갑’일 수밖에 없어서 제대로 된 서류를 구비하지 않은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게다가 무보의 보증이 있었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안심하고 거래를 이어온 것이 패착”이라고 밝혔다. 은행들과 무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법정 공방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정작 금융감독원은 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괜히 끼어들기 싫다는 반응이다. 무보는 대출서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에 보험금을 그대로 내줬다가는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누구 하나 문제를 풀기보다는 책임지지
[송성훈 기자 / 안정훈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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