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26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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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가 10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 전문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을 내년 1월 23일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다음카카오는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면서 케이벤처그룹(가칭)을 설립한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하지만 김범수 의장이 이미 2012년 사재를 출연해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탈인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한 터라 또다른 벤처투자회사 등장 예고에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카카오 측은 "케이큐브벤처스는 김범수 의장이 개인적으로 설립한 회사이고, 케이벤처그룹은 다음카카오 차원에서 출범시키는 것"이라면서 "케이큐브벤처스가 아직 형태도 갖추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면 케이벤처그룹은 그보다는 조금 더 자리를 잡은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케이벤처그룹 설립 배경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 감청영장에 불응한 이후 이석우 대표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시점에 케이벤처그룹 설립 발표가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케이벤처그룹 설립이 벤처업계 살리기에 힘을 싣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코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이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측은 "악의적인 추측"이라고 일축했지만 업계에서는 "시기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큐브벤처스는 규모가 케이벤처그룹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투자 대상이 달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시점에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화해의 제스쳐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100% 코드 맞추기 용도는 아니다.
차기 성장 동력을 찾아야하는 다음카카오 입장에서 아이디어는 있지만 회사의 형식을 갖추지 못한 초기기업들에 투자하면서 향후 인수·합병(M&A)에 나선다면 그 프로세스가 훨씬 순조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라는 공룡과 맞서야하는 다음카카오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다음카카오 생태계'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많이 끌어모으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벤처캐피탈 회사 대표는"네이버나 구글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초기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벤처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보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기존의 벤처캐피탈들이 다음카카오와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구글캠퍼스와 유사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센터'를 내년 초에 열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에는 1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와 컬처펀드 조성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올 초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파트너센터'를 설립하고 '네이버 벤처스'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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