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를 조합원이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판 뒤 이를 다시 임차해 거주하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의 임대주택이 등장할 전망이다. 서울 강남 등 도심지에 자리 잡은 재건축 아파트를 중산층이 거주할 만한 고급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목 좋은 단지에 중산층용 임대주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리츠나 부동산 펀드가 조합원에게서 재건축 아파트 일부를 통으로 매입해 임대사업을 펼치는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법 개정 등 관련제도 마련을 위해 업계 의견 수렴·관계부처 협의에 나선 상태다.
정부가 선보이는 ‘세일앤드리스백’ 재건축 임대주택 입주 대상은 추가분담금 부담 탓에 입주를 포기하고 현금 청산을 고민하는 재건축 조합원이다. 서울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에선 많게는 2억~3억원대에 달하는 분담금을 낼 여력이 없지만 그렇다고 그간 누리던 서울 도심 거주라는 주거환경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조합원 물량이 적잖다. 이 물량을 리츠가 사들여 임대한다는 것.
리츠에 소유권을 넘긴 조합원은 대신 해당 주택에서 5~10년간 임차해 거주할 권리를 얻게 된다. 기업이 현금 확보를 위해 자체 보유한 상가나 오피스를 매각한 뒤 이를 곧바로 빌려 쓰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이 주택에도 도입되는 셈이다.
가락시영 2차 전용 31㎡를 소유한 조합원이 전용 84㎡를 분양받을 때 평균 3억2802만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자산이 주택 1채뿐인 60대 이상 고령층 조합원이라면 ‘세일앤드리스백’ 임대주택에 들어갈 경우 분담금보다 적은 월세를 내면서 같은 단지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만큼 반응이 좋을 것으로 당국에선 기대한다.
다주택자라면 본인이 거주할 주택을 뺀 나머지 재건축 아파트를 리츠에 판매해 추가분담금 부담을 피하면서 동시에 시세차익을 거둔다. 여야 합의로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 수가 기존 1주택에서 3주택으로 늘어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인 만큼 3주택을 배정받는 조합원은 2주택을 리츠에 넘겨 임대할 수 있다.
당국에선 이렇게 입주하는 임차인이 추가분담금을 내지 않는 대신 최소 2년간의 월세와 보증금을 리츠에 내도록 할 방침이다. 주택 구입비와 추가분담금까지 내야 하는 리츠의 초기 사업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그렇게 되면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이 쫓겨나고 고소득층만 입주하는 사례가 줄어 주민들이 재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 도심권에도 임대와 분양 주택이 어우러지는 ‘소셜믹스’형 단지가 탄생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등 도심 핵심지역 재건축 단지에 임대물량을 많이 선보이면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전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에는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만큼 정부로서는 반드시 내년에 관련법을 개정해 도심에 중산층이 살 만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당국 의도처럼 강남 금싸라기 인기 단지를 대상으로는 세일앤드리스백 임대 정책 효과가 나타나긴 힘들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강남 지역 단지는 값이 오를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한다”며 “2~3년 뒤 거둘 시세차익을 포기하고 리츠에 입주권을 넘길 조합원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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