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9월말 기준 메리츠종합금융의 우발채무 규모는 3조1850억원으로 이는 개별기준 자기자본 7924억원 대비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각각 2조1000억원과 1조7000억원의 우발채무를 보유 중인 NH투자증권 및 현대증권보다 절대 규모나 자기자본 대비 규모 면에서 모두 앞선다.
우발채무는 장래에 일정 조건이 발생할 경우 채무로 확정되는 것을 말한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약정, 담보대출확약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발채무 규모가 클 수록 잠재적 위험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나름대로 위험관리를 잘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채무보증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는 것은 다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우발채무 규모가 압도적인 이유는 종합금융 라이선스를 이용한 대출 업무를 확대하면서 담보대출확약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담보대출확약은 향후 일정 조건이 발생하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우발채무에 속한다. 3분기말 메리츠종금증권의 담보대출확약 규모는 2조410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3분기말까지 9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자기자본이익률(ROE)가 16.4%로 다른 주요 증권사에 비해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로 시너지가 기대되는 등 향후 실적 전망은 좋은 편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규모 확대는 메리츠종금증권 만의 문제는 아니다. 불황이 장기화되자 신규 수익원 창출에 나선 증권사들이 기업금융(IB) 사업을 확대하면서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총 규모는 17조4000억원으로 급격한 증가 추세에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내년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관리 수준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성이 저하된 증권사들이 신용공여를 통해 수익원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이 아이엠투자증권 인수가 완료되면 자기자본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10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인수 후 합병 완료시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규모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매경닷컴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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