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에 인색한 보험사들

전 모씨(33)는 최근 보험사와 다툼을 벌였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물리치료 중인데 보험사에서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며 현장 조사를 나왔기 때문이다. 심사 후 지급하겠다는 보험금은 열흘이 넘었지만 깜깜 무소식이다. 전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통원치료 시 횟수제한 없이 일회 5만원씩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돼 있다.
보험사들이 툭하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구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자살보험금 지급 거부 사태까지 보험사들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금 지급을 놓고 보험사들이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 발생한 보험금 관련 소송은 현대라이프생명이 46건으로 이중 37건이 현대 측에서 제기한 소송이다. KDB생명은 39건의 소송 중 22건을 냈다. 동부생명은 55건의 소송 가운데 47건을 제기했다.
손해보험사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소송이 많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삼성화재 431건, 현대해상 269건, 동부화재 212건, LIG손해보험 205건의 소송이 발생했다. 다이렉트사 중에는 악사(AXA)가 7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현대하이카(45건), 더케이(38건) 순이었다.
급증하는 보험사기로 보험금 청구 시 되레 심사 강화 등에 따른 지연 지급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나온다. 서울대학교와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민영보험의 보험사기 금액은 연간 3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불황에 경미한 부상에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허위진단이나 입원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