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토지주들에게 땅이 아닌 현금으로 보상하는 전면 수용·사용 방식으로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이날 “지난 11월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로 조속한 사업의 재추진이 거주민의 삶과 안전을 지키는 개발 방식이라고 깨달아 강남구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불발됐다. 강남구청이 지난 7월 문승국 전 행정부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 3명과 SH공사 직원 2명을 공무집행방해·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건을 취하하지 않으면서 미묘한 갈등의 골이 팬 때문이다.
신 구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부 환지 방식(땅으로 보상) 개발을 주장한 서울시 공무원들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이 진행될 수 없다고 강조해 불씨가 커질 여지도 남은 상태다. 다만 어느 공무원을 지칭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신 구청장은 “서울시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현존하는 군사시설을 폐지된 군사시설이라고 보고하는 등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공무집행방해로 고소한 것”이라며 “검찰 고발 건이 무혐의로 밝혀지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구청장직을 걸고 책임지겠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구룡마을에 1200여 가구가 힘겹게 살고 있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어떤 방식인지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강남구는 구룡마을 개발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 △절차적 하자 △토지주 개발이익 특혜 문제 △구역계 부당 편입 문제 등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납득되지 않는 일부 사안이 있어 감사원 재심의를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부시장은 공동 기자회견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개발 방식에 합의했으나 강남구가 고소를 취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1년 100% 사용·수용 방식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일부 환지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자 강남구와 갈등을 빚어오다 지난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기한(2년)이 지나 사업이 무산됐다.
이후 구룡마을에 최근 화재가 발생하면서 개발 필요성이 재개되자 서울시가 종전 개발 방식을 재검토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서울시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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