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16일(09:4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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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굴 금호산업 매각 작업 개시 시점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 관심은 박 회장의 행보에 쏠려있다.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인수전 참여여부가 관심이었지만, 그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금호산업 인수전 참가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박삼구 회장은 이미 금호산업을 반드시 되찾아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천명한 터라, 인수전 참여가 확실시 된다.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크지 않아 6000억원 대로 예상되는 금호산업을 성공적으로 되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채권단에 따르면 채권단이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 57.5%에 대한 매각공고가 내달 중으로 예정돼 있다. 박 회장은 이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박 회장 역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심장 격인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금호산업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현재 M&A 시장에서 거론되는 채권단 보유 금호산업 지분 매각가격은 6000억원 수준이다. 15일 종가기준 채권단 보유 금호산업 지분 가치는 3248억원으로, 여기에 경영권 및 아시아나항공 프리미엄을 더한 가치는 6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박삼구 회장이 이 정도의 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있느냐는데 있다. 그는 동생 박찬구 회장과 갈등으로 2011년 11월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보유 중이던 금호석화 주식 전량을 매도하며 409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중 세금을 제외한 금액은 3500억여원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대부분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 자금으로 소진했다. 박 회장의 유일한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 8%도 전량 채권단에 의해 담보설정돼 있어, 유동화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이 인수하려는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대출받는 차입인수 방식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다.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당시 무리한 차입이 금호그룹 워크아웃의 원인이 된 터라, 채권단은 박 회장의 차입인수를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관련 법에서도 워크아웃 기업을 구 사주가 되찾을 때 차입인수를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박 회장이 전략적투자자나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사모투자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들과 손잡고 인수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사실 박 회장 입장에선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소수의 지분을 태운 뒤, PEF들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시키는 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하지만 최근 금호고속 매각 작업에서 인수의향을 밝혔던 PEF들에 금호고속 구사회 명의로 발송된 편지가 자충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편지에선 PEF들에게 인수전 불참을 종용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PEF 업계의 공분을 샀다.
한 PEF 관계자는 "이 편지에는 사실상 박 회장의 의중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금호고속 인수에 마음이 급한 나머지 박 회장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채권단과 투자은행 업계에선 박 회장이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대기업을 전략적투자자로 삼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CJ그룹 등 다수 대기업이 항공업 진출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앞세워 이들 대기업 중 자신의 경영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곳과 손을 잡고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단 얘기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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