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SK증권이 고민에 빠졌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열풍 속에 시장에 참여했으나 연말 업계 분위기가 급랭하면서 당분간 기다림이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제1호스팩은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공모 일정을 연기하면서 이전에 제출했던 증권신고서를 철회했다. SK1제1호스팩은 당초 100억원 규모의 공모주 청약을 계획하고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청약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표면적으로 SK증권이 일정을 연기한 이유는 경쟁자들이 많아서다. 지난해 '애니팡' 제작사인 선데이토즈와 합병상장한 하나그린스팩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으로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등 대성공을 거두자 증권사들이 무더기로 스팩 시장에 뛰어들었고, 하반기에 이들의 청약 일정이 몰리게 된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 상장한 기업은 25개로 전체 신규상장기업 수의 40%에 달한다. 3개에 그친 지난해 스팩시장에 비해 과열 양상이 나타나자 시기 조절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사면초가'다. 스팩 시장 자체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청약을 진행한 KB제5호스팩과 대우스팩2호, 현대에이블스팩1호 등의 청약 경쟁률이 0.5대 1에도 못친 것이 SK증권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팩은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당장은 직상장할 여력이 안되는 기업들의 우회상장을 돕는 수단이다. 다만 직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고 정보가 부족해 투자처로서의 매력은 떨어진다. 제일모직, 삼성SDS등 대어급 공모주를 포함해 전년(28곳) 대비 2배 이상인 50여개사가 직상장(스팩 제외)하는 지금의 시장 분위기상 스팩시장에 대한 주목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스팩 열풍은 실적과 성장성이 뒷받침되는 일부 특출난 기업과 상반기까지 침체됐던 직상장 시장, IPO를 적극 권장한 한국거래소의 정책 등이 시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며 "무분별하게 스팩 시장에 뛰어든 증권사들은 시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 스팩 1세대의 전처를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부터 출범한 1기 스팩의 경우 22개 중 12개가 시장의 무관심 속에 중도 청산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연초에도 지금과 시장 흐름이 이어진다면 회사채, 인수금융에 집중하던 SK증권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도 청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SK증권 관계자는 "공모시장이 급랭하면서 스팩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의 신뢰유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를 철회했다”며 "내년 중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모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모 철회의 경우 합병 대상을 정하기
[매경닷컴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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