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신규 상장사들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저금리시대에 갈 곳 없는 투자금이 시장에 단기 유입된 데다 일부 회사는 상장 직후 실적이 크게 뒷걸음쳤기 때문이다. '장밋및 미래'보다는 철저한 기업분석을 바탕으로 투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을 제외한 신규 상장기업은 31개사다. 유가증권시장에는 5곳에, 코스닥시장에는 26곳이 데뷔해 거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31개사 중 14개사(45%)의 주가가 최근 공모가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제조업체 아진엑스텍은 지난 7월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터전을 옮겼다. 공모가는 7000원으로 결정됐지만 15일 현재 4000원 초반대까지 내려왔다.
같은 시기 상장한 트루윈은 상장 첫날 시초가가 1만7000원을 기록하면서 공모가(1만500원) 대비 60%를 웃돌았다. 그러나 차익 실현 매물이 등장하면서 현재는 6000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부동산 부양정책의 수혜주로 지목된 덕신하우징은 공모가 대비 대비 40%가, 파버나인은 40% 가까이 떨어졌다. 코스피에 상장한 씨에스윈드도 40% 가량이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자금이 단기적 투자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공모주 시장에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터파크 INT, 테고사이언스 등 일부 신규 종목의 수익률이 120%를 웃돌면서 '공모주 불패'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단기 투자를 노리는 시장 참여자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진엑스텍의 청약경쟁률은 876대 1, 트루윈은 1018대 1, 씨에스윈드도 66대 1의 과열양상을 보이며 공모가가 예상 범위 상단에서 결정됐다.
또한 상장 직후 실적 우려가 부각된 것도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루윈은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금융투자업계는 회사가 자동차 센서 사업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며 장기적 성장성을 높게 점쳤지만 기대이하의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파버나인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0% 줄어든 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전방산업인 프리미엄 TV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저조한 실적에 실망감이 짙어져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신규 상장 기업들이 등장하자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도 못 믿겠다는 눈초리다
이에 따라 공모주에 투자할 때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 등만 따질 것이 아니라 해당 업종의 시황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해야한다는 조언이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