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지배구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명백히 대주주가 있는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에게까지 최고경영자(CEO) 승계계획을 요구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다."
재계가 최근 금융당국에 연일 칼날을 세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지난달 3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설치를 모범규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포화를 터트린데 이어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4일 세미나를 개최해 강하게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비판했다. 최근 정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통해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금융회사에 CEO 승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 모범규준을 따르면 삼성, 한화, 동부, 교보 등 보험사들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삼성생명의 경영진이 사실상 오너의 입김 보다는 임추위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오히려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4일 토론회에 참석한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모범규준이 법적 효력이 없는 행정 지도라고는 하지만 금융감독기관의 경직적인 관리 방식대로라면 강한 효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결국 모범규준이 보이지 않는 규제, 창구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제자로 나선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은행과 지주회사 지배구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지배주주가 없고 동일인 주식보유한도를 10%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주주가 없는 은행은 CEO승계계획을 마련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대주주가 있는 제 2금융권에까지 이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해 CEO 승계, 후보군 관리업무를 일임토록 하는 정부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모범규준이 주주제안권에 대한 침해로 상법과 충돌하는 면이 있다”며 "상법에 따르면 사내외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총회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모범규준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이처럼 재계가 금융당국을 향해 연일 포화를 쏘는 이유는 지난해 경제민주화 논의당시부터 재계측이 제2금융권 지배구조는 건드리지 말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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