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일 “이 행장 연임 포기 의사에 앞서 특정 인사의 내정설과 외부 압력설이 있었다”며 “정체불명의 인사로부터 연임 포기 압박을 받았다는 얘기가 금융권에 파다하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외부 압력설과 관련해 “사실 우리도 과연 항간에 떠도는‘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모임)’에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실세가 누가 있는지 실체는 전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조차 어떤 과정으로 이 행장의 사퇴가 이뤄졌는지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 금융계에 정체불명의 유령이 맴돌고 있다. 정부 그림자 뒤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보이지 않는 손’이 금융사 수장들의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 ‘관치(官治)금융’은 실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정권 실세라는 추측만 난무하는 ‘정치(政治)금융’이라는 허상이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이다. 한때 금융권 인사에 힘을 썼던 금융당국은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정치권 실세들이 ‘유령’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서금회라는 단체도 불쑥 등장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캠프에 있었던 인물들도 연결고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결국 청와대 최종 인사권자들을 움직이고 있다. ‘정치금융’ 유령은 이사회와 주총까지 연기하는 우여곡절 끝에 낙점받은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후보와 같은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부터 우리은행이나 기업은행 감사 자리까지 휩쓸고 있다.
세월호 사태로 관료 출신을 일컫는 ‘관피아(관료+모피아)’의 재취업이 막히자 정치 실세를 등에 업은 금융 문외한들이 금융계 요직에 무혈입성하는 형국이다.
한 금융지주의 임원 A씨는 “물러나는 당사자도, 통보하는 금융당국자도 모르는 유령이 금융계 요직 인사를 좌우하는 정치금융이 판을 치고 있다”며 “공식 인사 시스템을 무시한 내리꽂기식 인사 여파로 정치권 줄대기나 당국에 대한 투서가 늘어나고 있다”고 염려했다. 문제는 금융계 검증을 거치지 않
시중은행 부행장인 B씨는 “관치금융은 어느 정도 능력 검증을 거친 사람들로 그나마 금융사 경영에 도움이 됐지만, 최근 일련의 예측 못할 인사 여파로 금융권이 멍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성훈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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