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만 압축해서 봐도 그렇다. 3D프린터와 인휠 시스템(Inwheel system)의 등장으로 프로슈머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고, 자율주행·인공지능 자동차의 등장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또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친환경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전기전자 분야와의 융복합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동차를 둘러싼 빠른 환경변화의 흐름 속에서 각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도 눈에 띈다. 당근(인센티브)과 채찍(규제)을 양손에 들고 연비, 환경, 교역, 세금 등에서 자국 기업 보호를 공공연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과 규제들, 사라지고 생겨나는 기술과 업체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시기다. 어려울수록 보다 심플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다.
1970년 이후 한국 자동차 성장사를 보면 핵심 경쟁력은 다른 무엇보다도 ‘신속한 의사결정’과 ‘역량 집중’이었다. 당시엔 자동차 부품, 원천기술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신속성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글로벌 자동차 기업 가운데 가장 의사결정이 빠른 기업 중 하나가 현대·기아차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융복합 시대를 헤쳐나가야 하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삼성, LG 같은 세계적 IT기업들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융복합 시대를 맞아 국내 대기업들은 각자의 영역만을 영위할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할 당위성이 생겨나고 있다. 짐 콜린스가 지적한 기업 몰락의 공통 패턴이 ‘위험과 위기에 대한 부정’이었음을 국내 기업들은 잘 기억해야 한다.
한전 용지 매입 발표로 염려가 큰 상황에서도 현대차그룹은 2014년 당초 목표였던 786만대를 뛰어넘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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