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주식을 빌려줬더라도 의결권과 배당 권리는 보장되지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연기금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관례적으로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가 주식 상환을 요구할 경우 주식을 빌려 공매도했던 투신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갚아야 한다. 주식 상환이 연말에 집중되면 시장 수급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은 매년 반복돼 왔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맘때 주식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고 남아 있는 금액(대차잔액)은 41조3030억원이었지만 12월 말에는 33조7811억원으로 7조5219억원(18.2%) 줄었다.
전문가들은 연말 숏커버링이 매년 반복돼 왔다는 점에 주목하면 단기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대차잔액)이 최근 크게 늘어난 종목들 중에서 가격 메리트가 있는, 다시 말해 업종 내 다른 종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했던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대체로 잘 들어맞았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11월 말을 기준으로 직전 3개월간 대차잔액 증가율이 높았던 상위 10개 업종을 고른 뒤 업종 내에서 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인 종목들을 골라 투자했을 경우 최근 5년 중 4년은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초과수익률은 1.8%포인트에 달했다.
이기욱 연구위원은 “올해 대차잔액 증가율이 높은 업종은 유틸리티, 조선, 건강관리, 기계, 호텔·레저 등”이라며 “이들 업종 중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차 자체가 증가한 만큼 올해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의 숏커버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대차잔액 규모는 50조2648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말에 비해 9조원 가까이 늘었다.
정부의 배당 확대 의지가 숏커버링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의 주주권이 강화되면서 주식을 빌려줬던 일부 기관투자가들도 의결권 행사에 가세해 빌려준 물량을 상환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숏커버링의 강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연기금 외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숏커버링은 12월 중순 이후 본격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숏커버링 자체는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일 뿐이므로 기업 이익과 시장 상황, 가격 매력 등을 복합적으로 따진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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