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은행연합회장에 하영구 前씨티은행장
하영구 전 행장은 이사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됐고 총회에서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하 신임 회장은 세 번째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이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중 민간 은행장 출신은 이상철(전 국민은행장) 신동혁(전 한미은행장) 전 회장 2명뿐이다.
이로써 그동안 관료 출신 금융협회장 시대가 끝나고 민간인 협회장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금융과 금융업계 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이젠 껄끄러운 선배도 없으니 제대로 해보자”는 분위기인 반면, 업계는 “당국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다. 주요 금융협회장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 최근 단일 후보로 추천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생명보험협회장으로 내정됐고, 손해보험협회장에는 지난 8월 장남식 전 LIG손보 사장을 선출했다. 이미 민간인 출신이 자리 잡은 금융투자협회장도 내년 1월 후임 선출을 앞두고 있지만 후보 중에 관료 출신은 없다.
이로써 4대 주요 금융협회인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의 협회장들이 모두 민간 출신으로 채워졌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여신금융협회는 각각 최규연 전 조달청장과 김근수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이 맡고 있지만 여기도 임기가 끝나면 민간 출신으로 바뀔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물러난 임영록 KB금융지주 전 회장 후임으로 내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KB는 물론 우리, 하나, 신한을 비롯한 4대 금융그룹 모두 내부 출신이 수장을 맡았다. 과거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리를 차지했던 산업은행도 교수 출신인 홍기택 회장이 취임했고, 수출입은행은 김용환 행장 후임으로 민간 출신인 이덕훈 행장이 뒤를 이었다.
외환은행도 윤용로 행장이 물러나고 내부 출신인 김한조 행장이 취임했다.
금융당국 실무자들은 협회장을 비롯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민간인 시대를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윗분들이야 갈 곳이 없어서 아쉬워하지만, 실무진은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선배들에게 무리한 부탁을 받지 않아도 되니 좋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회장으로 간 선배들 눈치를 보지 않게 돼 실무자들로서는 일하기 편해졌다”며 “과거에는 협회장들이 직접 전화해서 실무진을 다그치기도 했지만 이제는 기관 대 기관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표현했다.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이젠 껄끄러운 선배가 없으니 제대로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더욱 공정하게 일처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되레 협회와 금융업계가 긴장하는 눈치다.
한 금융 관련 협회 임원은 “민간 출신이 실무 내용을 더 잘 알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은 있지만 실제 금융당국과 관계에 있어서는 솔직히 불안하다”며 “긴밀하게 속 터놓고 해야 하는 일들을 과거에는 관료 출신 협회장들이 많이 풀어줬는데 이게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라서 당국과 소통하고, 때로는 강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데 협회 파워가 줄어들까 걱정”이라며 부담감을 피력했
반면 정부와 금융당국 개입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낙하산 인사는 없지만 인사 과정에 개입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관료 출신 선배라는 방패막이 사라져 보다 쉽게 간여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송성훈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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