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1월 20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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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금호산업을 둘러싼 셈법에 복잡해 지고 있다.
2심 금호산업의 승소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국민은행 등 10개 금융회사들과 소송전이 재개될 예정이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금호산업이 패할 경우 560억여원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하게 되는데, '금호산업 되찾기'에 사활을 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입장에선 되레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동원 가능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금호산업의 일시적 기업가치 하락이 박 회장 입장에선 호재일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 등 7개 금융회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호텔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관련 금호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2심 판결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데 불복, 대법원 상고를 지난 6일 제기했다고 19일 공시했다. 아울러 모아저축은행 등 또 다른 금융사 3곳에서도 동일한 사업과 관련한 손배소 2심 결과에 역시 불복해 항소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 금융사가 금호산업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634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금융권이 결국 대법원 상고를 결정하면서 이번 소송전은 내년 1월부터 시작될 금호산업 매각 작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이번 매각 대상은 금호산업 채권단이 보유 중인 회사 지분 57.5%인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3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따라서 만약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금융사들이 승소하게 될 경우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며 회사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 우발채무와 관련해 75억원의 충당금만 적립한 상황이라, 나머지 560억여원은 재판 결과에 따라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 되찾기에 사활을 건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선 이 같은 결과가 되레 호재일 수 있다. 채권단 보유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의 자금 여력이 넉넉치 않은 탓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옥 등 핵심 자산은 모두 인수 대상인 금호산업 산하에 있어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마련이 쉽지 않다.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금호산업 지분 10.4%와 금호타이어 지분 5.22%가 거의 전부다. 그마저도 이들 지분 전량이 담보설정 돼 있어, 추가 담보대출이 어렵다.
2011년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에서 계열분리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이 보유 중이던 금호석유화학 지분 5.3%를 매각해 확보한 2074억원 중 일부가 그나마 박 회장 측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처럼 자금 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금호산업이 3심에서 패소할 경우, 우발채무 현실화로 매각가격은 낮아질 수 있고 이 경우 인수자금 조달에 고심하던 박 회장 측의 부담을 오히려 덜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일반적인 M&A 딜이라면 '조삼모사'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을 바라보는 박 회장의 애정은 여타 인수후보자와 비교할 수 없다.
금호산업 자체만 놓고 보면 20위권 건설사에 불과하지만, 국내 양대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어 박 회장으로선 반드시 되찾아야만 하는 그룹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본사사옥(지분율 80%), 금호터미널(100%), 에어부산(46%) 등 알짜자산을 거느리고 있다. 고작 수백억원 기업가치가 낮아진다고 해서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꺼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상황과 무관하게 금호산업 측은 일단 3심 승소를 자신하는 모습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민사소송의 경우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2심 판결내용을 재검토 하는 수준에서 끝나게 된다"면서 "2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승소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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