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11월 20일 영업실적 전망 공시를 낸 상장사(유가증권·코스닥) 131개 기업 가운데 26개 업체가 수정 전망을 내놨다. 거의 20%에 육박하는 기업이 실적 전망을 내놨다가 고친 셈이다. 특히 이들 공시 대부분이 기존 전망에서 실적을 낮춘 점이 눈에 띈다.
GS건설은 올해 매출액 전망을 10조6460억원으로 내놨다가 9조5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이 16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69%나 깎였다.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코스닥 업체인 피에스엠씨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흑자에서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원래 18억원으로 공시했다가 19억원 적자로 수정한 것. 회사는 “일본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주에 밀려 경영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밖에 많은 상장사들이 실적 전망치를 거의 절반 이상 깎는 모습을 보여줬다.
LIG손해보험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3580억원으로 발표했다가 1820억원으로 낮췄고, 금호석유화학도 32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수정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예스24 등도 경영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발표했던 영업이익 전망치를 30~70%나 하향 조정했다.
올해 실적 전망을 내놨다가 수치를 높여서 고친 업체는 현대건설과 컴투스뿐이었다. 현대건설은 매출액과 신규수주를 기존 15조9265억원, 22조2650억원에서 18조원, 25조7000억원으로 높였다. 컴투스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1015억원, 177억원에서 2030억원, 846억원으로 상향했다.
상장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 엔화 약세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5년 실적 전망치를 발표했다가 하향 조정한 기업 대부분이 올해 업황이 좋지 않았던 건설·화학·IT 업종에 속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상장사들이 실적 전망을 수정하는 사례가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단 실적을 ‘장밋빛’으로 내놔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가 수치가 곤두박질치면 ‘뱉은 말’을 서둘러 수습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상장사들이 실적 전망을 내놨다가 수정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상장사들은 220건의 실적 전망을 내놨고, 이 중 34건(15%)의 정정공시를 냈다. 2012년은 227건 중 17%(38건), 2013년은 170건 중 20%(34건)를 각각 고쳤다. 기업들이 11~12월에 집중적으로 실적 정정공시를 발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차라리 ‘실적 전망을 내놓지 말라’는 자조 섞인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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