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교보조차 입찰까지 남은 기간 시장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도 있어 매각 전망이 밝지는 않아 보인다.
교보는 1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 참여를 위한 가격·수량 범위 등 가이드라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교보는 최종 입찰 참여 여부와 입찰가 등에 대해서는 추후 경영위원회(이사회 내부조직)가 확정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은 일단 입찰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진행하되 남은 기간 불리한 변수가 생기면 재고해 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보는 올 초부터 우리은행 민영화에 관심을 보여왔고 이에 따라 사실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내 업체로 거론돼 왔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새마을금고, 신한은행 등도 입찰 참여 후보군으로 분류됐지만 이후 두 회사 모두 ‘관심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56.97%다. ‘30%+경영권’을 경영권 지분으로 분류해 매각하고 나머지 소수 지분 26.97%는 희망 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쪼개 판다. 입찰 마감은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소수 지분 낙찰자는 다음달 초, 경영권 지분의 최종 입찰 대상자는 연내에 선정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입찰 참여로 방향을 잡은 교보로서는 자본조달이 큰 숙제다. 우리은행의 현 주가를 감안할 때 지분 30%의 값은 2조4143억원 수준이다. 여기에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경영권 지분 낙찰가는 3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보험업법상 교보가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자산의 3%’ 이내로 1조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돈은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교보는 10년간 제휴 관계에 있던 프랑스 악사를 FI로 확보했으며 이 밖에 다른 외국계 금융사 등과도 어느 정도 얘기를 끝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수 지분 입찰에는 1주당 0.5주 콜옵션도 주어지는 만큼 투자수익을 노리는 기관투자가 등이 참여해 어느 정도 흥행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영권 지분 매각이다. 경영권 지분 입찰은 최소 2개 업체 이상이 참여해야 유효경쟁이 성립된다고 정부가 못 박아 놨기 때문이다.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 입찰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교보 외에 중국 안방보험이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참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방보험은 최근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약 19억5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자금력을 뽐내고 있다.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민영화의 매각주간사에 입찰 관련 사항을 문의하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고 자문사 선정 등 구체적 행동에도 돌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은 우리은행을 가져갈 수 있을지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문의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 움직임이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입찰 참여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규식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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