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1월 14일(10:4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주간사가 특정기금에 삼성SDS 공모주를 몰아줬다."
삼성SDS의 공모주 배정 결과가 통보된 지난달 31일 증권가에선 이 같은 소문이 돌았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 이번 삼성SDS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652대 1에 이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전체 공모 물량의 60%에 해당하는 365만9762주가 기관 대상인데, 기관 신청 수량이 23억8436만2876주나 된 것이다.
공모주 투자시 기관들은 희망물량을 대표주간사에 제출하게 된다. 개인투자자와 달리 기관들은 따로 청약 증거금을 낼 필요없이, 신청 수량만 알리면 돼 절차가 간소하다.
이후 대표주간사에선 그 나름의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기관별 배정 물량을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관 물량의 상당규모가 국민연금 몫으로 떨어졌단 얘기다.
실제 일부 기관들은 고작 1억원 어치만 배정받아 황당해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기관별 배정 현황을 알려달라는 기관들 요구가 대표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국민연금이 얼마를 배정 받았는지는 한국투자증권과 국민연금만 알고 있어, 이 같은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긴 힘들다. 자칫 경쟁에서 밀린 기관들의 볼멘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삼성SDS 건 외에도 공모주 청약 때마다 "주간사에서 특정 기관에 물량을 몰아줬다"는 구설수가 적지 않았던 만큼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식으로 공모주 투자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주간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이 공모주 배정 때 주요 고객들을 챙겨주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배정 기준과 배점 등 정량평가 방식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투자증권은 나름의 기준을 갖고 기관별 배정 물량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삼성SDS 공모주 투자설명서에서 △가격 △의무보유 확약 여부 △운용규모 △공모가격 제시여부 △공모 참여실적 △투자 및 매매 성향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공모에 참여한 1075개 기관(개별 펀드 포함) 중 93%가 확정공모가인 19만원을 웃도는 신청가격을 제시하고, 15일 이상 배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보유하겠다고 밝힌 곳도 전체의 40%에 이르러 가격과 의무보유 확약 여부는 배정물량 규모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 아닌 상황이다.
결국 운용규모나 공모참여 실적, 투자·매매성향에서 배정규모가 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이 경우 약 90조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운용규모 측면에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모 참여실적' 항목의 경우 삼성SDS 공모주 투자가 국민연금의 사상 첫 공모주 투자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공모 참여 실적이 전무한 터라 관련 배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배정받은 물량이 타 기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한국투자증권만 몰아세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간사가 공모주를 자율적으로 배정하는 게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다, 배정 결과를 공개해야할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모주 청약 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나서 공모주 배정 때 주간 증권사가 보다 투명한 정량평가 기준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 철저하게 점수에 따라 물량이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