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공모 형태로 발행된 원유 기초자산 DLS 가운데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발행잔액은 약 1조30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DLS가 9190억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DLS가 3905억원이다.
문제는 미국의 셰일가스와 중동의 원유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 국제 원유값이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WTI 최근월(12월) 선물 가격은 지난 13일 종가 기준 배럴당 74.21달러, 브렌트유 최근월(12월) 선물 가격은 같은 날 배럴당 77.49달러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WTI나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발행된 DLS 가운데 원금손실 발생 기준(녹인·Knock-In)이 발행 당시 기초자산 가격의 60%로 비교적 높게 설정된 DLS가 손실 위기에 놓였다. WTI를 기초로 발행된 ‘삼성증권 DLS 729호’는 녹인이 65%로 높아 WTI 가격이 67.8달러 미만으로 내려가면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들게 된다. 발행액 5억원 대비 35%인 1억7500만원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 원유값이 지금보다 20%가량 낮은 60달러 선까지 추가 하락하면 152개 원유 DLS에서 합계 손실액이 1118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금 DLS 역시 원유와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가 강세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금값은 최근 5년 사이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 고시 가격 기준 트라이온스(31.1g)당 금값은 지난 6일 1144.50달러까지 하락했다.
최근 3년간 금을 기초자산으로 해 공모 형태로 발행된 DLS 발행잔액은 1조2391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제 금값 1650달러 이상에서 녹인 55%로 발행된 DLS 929억원에 원금손실 비상등이 켜졌다.
‘미래에셋증권 DLS 532호’는 금값이 1669달러일 때 녹인 60%로 발행됐는데, 금값이 1001달러까지 하락하면 발행액 6억원 대비 40%인 2억4000만원가량의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값이 추가로 900달러까지 하락하면 55개 관련 DLS에서 418억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금이나 원유값 고점에서 발행된 DLS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오래 남지 않은 상품은 중도 환매하면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고, 만기가 2년 이상 남았다면 섣불리 환매하기보다는 기초자산 가격 반등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본인이 가입한 DLS 기준가격을 가입 증권사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해보고 향후 기초자산의 가격 전망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 뒤 환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 <용어 설명>
▷ 파생결합증권(DLS) : ‘Derivative Linked Securities’의 약자로 금·은·원유 등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다. 보통 3년 만기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대비 40~6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률 연 6~10%를 지급하는 구조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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