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매일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12일 종가 기준으로 776개 공모형 ELS(1조1505억원 규모)의 기초자산 가격이 녹인 배리어에 15% 이내로 접근했다. 이미 녹인이 발생했거나 하한가 한 번이면 녹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상환된 전체 종목형 ELS의 수가 2957개(3조3689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종목형 ELS 4개 중 1개꼴로 녹인 비상이 걸린 셈이다. 발행액 기준으로는 34%가량이다. 기초자산별로 살펴보면 OCI, S-Oil, STX팬오션, 삼성테크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S의 경우 모든 ELS(3797억원 규모)가 녹인 위기에 놓여 있다.
현대중공업(99.1%, 1767억원) GS건설(98.3%, 970억원) 한진해운(96.4%, 793억원)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도 대량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 비율이 높았다.
녹인 배리어에 가까워진 ELS에서 상환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증시에 단기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롱숏펀드 규모가 커져 녹인 배리어에 근접한 ELS 상품이 많은 종목은 공매도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기초자산 가격이 배리어에 접근하면 증권사들이 이를 헤지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ELS 환매가 기초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또다시 녹인 위기에 몰린 투자자들이 추가로 ELS 환매에 가세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뱅크런·펀드런 같은 ‘ELS런’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단 녹인이 발생하면 ELS 평가금액은 기초자산 주가와 동일하게 움직인다. 가령 기초자산 가격이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뒤 최초 기준가격의 75% 수준에 도달해 있다면 그 ELS의 평가금액은 투자원금의 75%가 된다. 하지만 녹인 발생 전이라면 평가금액이 원금에 가깝기 때문에 환매수수료 2%가량을 제하고 큰 손실 없이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미 ELS를 환매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만기에 기초자산 가격이 상환조건(대체로 가입시점 가격의 85%)을 충족시킨다면 오히려 이익을 보고 상환할 수 있는 만큼 기다리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철규 우리투자증권 상품지원부 차장은 “최초 기준가격의 80% 수준이면 몰라도 이미 60% 밑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내려갔다면 환매 실익이 별로 없다”며 “최근 환율 상승으로 수출주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만큼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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