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도시 이야기 ① ◆
학부모 반대나 관광호텔 허가에 따른 특혜 논란에 휩싸여 생기는 ‘표심 이탈’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종로구 송현동(3만6642㎡)에 추진하는 7성급 호텔 건립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갈등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해 학교 옆 호텔 건립 규제를 정면 돌파해 200억원 규모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 대구시는 지난 5일 수성구 중동에 대구 DFC호텔 건립이 가능하도록 대구 동부교육청 심의를 이끌어내며 새로운 규제 완화 실험에 성공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 노력이 도시경제의 활력을 판가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호텔 건립에 대해 지역 주민이 크게 반발했다는 점은 두 지자체 모두 같았다. 대구도 처음에는 강한 지역 반발과 맞닥뜨렸다. DFC호텔은 한 외국계 회사가 건물을 매입해 객실 192실을 갖춘 호텔로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호텔이 들어선다’는 얘기가 나오자 학교 측과 학부모들 반대가 심했다. 대한항공의 종로구 관광호텔 역시 “인근에 여자 중·고등학교 3곳이 있는데 관광호텔은 말이 안 된다”며 반대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인근이 경복궁 등 문화재가 있어 더욱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들도 타당성은 있었다.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는 “건물 고도 제한, 주변 경관 등을 감안해 지상 4층 높이의 한옥형 고급호텔을 지으려 했던 것”이라며 “호텔 이슈만 부각됐지만 갤러리와 야외음악당까지 겸비한 문화복합단지를 세우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유해 시설이 없는 최고급 한옥호텔은 서울 송현동 용지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경복궁 인사동 등 주변 관광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숙박 편의성을 넓힐 수 있어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서울과 대구의 상황은 비슷했지만 결국 규제 완화를 바라보는 지자체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DFC호텔의 경우 당초 회사는 학교구역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주저했지만 오히려 대구시가 “우리가 학교와 학부모를 설득하겠다”며 투자를 독려했다. 회사 측은 대구시를 믿고 호텔 용도변경을 신청했고, 권영진 대구시장이 “호텔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관광 인프라스트럭처 조성 등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직접 학부모 설득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런 노력과 설득 끝에 결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는 지난 5일 호텔로 용도변경을 승인했다. 이제 관할 구청의 최종 승인만 남아 있어 호텔은 2016년 초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진광식 대구시 규제개혁추진단장은 “민·관·학이 힘을 합쳐 규제개혁을 이뤄낸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 호텔 건립에 최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관할 교육청 심의 불허를 이유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0년부터 서울중부교육청을 상대로 건립 허가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정부는 지난해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정화위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 반발로 법안은 2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한항공 관광호텔 건립과 관련해 “과연 호텔을 짓는 것이 적절한지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시장 발언을 보면 관광진흥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최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 심사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서울 지역 학교정화위에서 승인 거부된 호텔 사업은 58건으로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호텔을 나쁘게만 바라보는 인식이 문제”라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면 지자체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메커니즘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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