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신흥국(GEM) 주식형 펀드로 2억6100만달러가 순유입되면서 신흥국 주식에서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드디어 멈춰섰다.
지난달 선진국 채권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셀 이머징(Sell Emerging)’으로 코스피 급락을 이끌었던 외국인이 11월 들어 다시 신흥국으로 돌아온 것.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연방선거, 유로존 스트레스테스트 등 글로벌 시장을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걷힌 결과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달에도 7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며 여전히 ‘셀 코리아(Sell Korea)’ 중이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이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한국에서 1억9500만달러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는 동안 대만에서는 7억2800만달러어치 주식을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이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 국면에서 외국인이 일본과의 산업 경합도가 높은 한국 시장을 피하고, 엔저 영향을 덜 받는 대만을 찾은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대만에는 엔저로 직접적인 수출 타격을 입는 자동차 완성차 업체와 관련 산업이 없다는 점을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로 꼽았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달러 환율이 치솟았던 2013년 4~5월에도 대만에서 30억달러에 달하는 가장 강력한 외국인 순매수가 발생했지만 한국에서는 18억6800만달러 규모의 순매도가 나타났다. 같은 해 12월에도 초엔저 영향에 대만으로 12억달러의 글로벌 자금이 유입됐지만 한국에서는 17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 조선, 철강, 자동차, 전기전자(IT) 등 모든 업종에 걸쳐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엔저에 덜 흔들리는 대만 시장이 더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현대차의 한국전력 용지 인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겹친 점도 외국인의 탈한국증시 현상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과 이익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 대만행의 또 다른 이유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대만 주식이 밸류에이션으로 보면 비싸지만 한국 기업은 이익이 떨어지는 추세고, 대만 기업은 서서히 우상향하는 모양”이라며 “이익 신뢰도 측면에서 한국 시장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의 고배당에 대한 기대가 무산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기업 고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기업소득환류세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고, 기업들의 배당도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만 기업의 이익이 한국보다 월등히 좋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한국 증시의 배당수익률이 지난 5~6년간 1%대에 머물렀지만 대만은 3%대라는 점이 외국인의 대만행을 설명해 준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엔화 약세 국면이 진정되면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의견은 공통적이었지만 결국 외국인 향방을 좌우할 핵심은 4분기 실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본다면 연말까지 외국인 귀환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4분기에 ‘빅 배스(대규모 부실 처리)’ 여파로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승훈 팀장은 “외국인 투자의 주력 부대인 유럽계와 미국계 펀드가 유럽의 유동성 공급정책 효과로 다시 한국 시장으로 돌아올 여건이 생기고 있다”며 “대표적 매도종목인 자동차주에 대한 시각을 외국인이 언제 바꾸느냐가 올 연말까지 방향을 결정짓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올해 안에 외국인이 한국 증시로 돌아오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외국인이 들고 있는 한국 주식 비중이 역대 최저인 만큼 대규모 자금 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는 것
[김은표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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