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시대 블루오션은…싱가포르를 가다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축소하는 사이에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운용사가 다양한 구조로 기업들에 대출해주는 ‘원스톱(one stop)’ 자금조달이 활발해졌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도록 구조화된 상품은 저금리 시대 기관투자가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 지분이나 부채를 사거나 사업 확장 자금을 대는 ‘맞춤형 금융’이다.
3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청과 테마섹, GIC 등 국부펀드들도 금융위기 이후 기업대출 상품에 투자를 늘렸다. 싱가포르 테마섹은 자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PEF 헬리코니아캐피털을 설립했다. 데릭 라우 헬리코니아 대표(CEO)는 “오너가 지분 투자를 꺼리거나 사모펀드가 투자하기에 너무 작은 기업, 은행 대출 한도를 소진한 중소기업이 투자 대상”이라며 “글로벌 기업으로 약진하도록 장기지원해 ‘인내자본(patience capital)’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운용자산 1590억달러(약 163조원)인 아폴로글로벌자산운용과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 등은 기업대출 투자 대상을 아시아로 확대하고 있다. KKR는 영국 알르캐피털과 직접대출 사업 제휴를 맺었고, 아레스운용도 GE와 함께 선순위 담보대출을 제공해 화제가 됐다. 은행과 회사채 시장에서 소외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계획서와 향후 2~3년간 현금 창출력으로도 자금을 수혈받는 통로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은행의 단기대출에만 의존해 자금조달이 취약하기 짝이 없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레버리지론(Leveraged Loan) 시장은 2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은행권 비중이 71%였으나 2012년 12%로 급감했다. 유럽도 은행 비중이 2002년 94.5%에서 지난해 51.9%로 줄었다. 미국에서는 중소기업에 대출자금을 지원하는 중기대출 상장펀드(BDC)가 상장 거래된다. BDC 시가총액은 2004년 96억달러(약 9조7104억원)에서 10년 만에 4배 가까이 커졌다. 지난해 만기가 연장된 미국 중소기업 대출의 25%를 BDC가 담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BDC 모델은 실물 기업을 지원하는데 민간에 투자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자금조달 방식”이라며 “국내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레버리지론 : 투자등급 이하 기업들에 은행 등 금융회사가 리파이낸싱이나 인수·합병(M&A),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운용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변동금리형 선순위 담보대출을 말한다. 금리 상승 시 동일 기업이 발행한 하이일드 채권
▷ 중기대출 상장펀드(BDC) : 공모(IPO) 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신생 기업이나 구조조정 중소기업에 주식, 대출, 구조화 금융 등으로 투자하는 기업형 투자기금이다. 법인세를 면제받는 조건이 이익의 90% 이상 배당이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홍콩·싱가포르 =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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