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이 임박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번 상장을 계기로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삼성SDS 다음달 14일 상장 예정...공모가 19만원
삼성SDS는 지난달 31일 공모가를 희망가 상단인 19만원으로 확정지었다. 지난달 29일, 30일 이틀간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다.
수요예측 당시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경쟁률은 600대 1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고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결과도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미래 수종 사업을 진행하는 것과 삼성전자의 물류 업무처리아웃소싱(BPO)를 전담하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부분에서 삼성SDS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870만4312주(11.2%)로 공모가 기준 가치가 1조6583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 승계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게다가 삼성SDS의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크게 연관돼 있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처분이 비교적 자유롭다. 상장 이후 주가 상승도 점쳐지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서도 자금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제일모직, 삼성 지배구조 정점…지주회사 개편 핵심
뒤이어 상장하는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최정점에 자리잡은 회사다. 지난 6월 삼성에버랜드에서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다. 최대주주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45.6%나 된다.
또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또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상장 결정 전후로 몸집도 불렸다.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넘겨받아 기존 레저와 건설 양대축에 하나를 더했다. 패션 부문은 현재 제일모직의 매출 약 40%, 영업이익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의 비중이 높다 보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시 가장 유력한 지주사 후보로 꼽힌다. 합병, 분할 등으로 지분율이 희석된다 해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만들고 제일모직과 합병시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연결고리를 정리한 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를 바로 연결하는 지배구조로 재정립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에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지분 상속세 부분을 회피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 금융계열사 지분 인수도 계획의 일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 삼성화재 지분을 일부 인수한 것도 이와 연계된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 분할시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현행 규정상 3년간 특수관계인간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리 특수관계인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향후 이해 관계를 따져가며 지분을 인수, 매각할 수 있도록 한다는 포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추진될 시점으로 내년 1분기를 꼽고 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이 완료되고 삼성전자의 배당이 완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의 주가도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분할,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마치면 합병으로 탄생한 지주회사는 삼성전자를 거느리는 지주회사로 자리잡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회사의 지분 약 7~8%를 보유해 대주주로 등극할 전망이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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