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 직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이명진 IR그룹장(전무)은 “제반 사항을 고려해 내년에 주주환원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4분기 실적 발표 때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과 30일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증권이 자사주 매입 결정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7년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선 삼성증권은 ‘주가 안정’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그룹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사전 준비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29일에는 네이버가 ‘주가안정 도모 및 주주가치 환원’을 이유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 상장 보류 이후에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사실 주주환원 기대감의 첫 포문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9월 18일 한국전력 본사 부지 낙찰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던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당 확대와 중간 배당 검토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반등했다. 현대차를 투매하던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기아차도 지난달 24일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중간 배당이나 배당성향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사 만도의 경우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를 하면서 낸 자료에서 ‘배당성향 증가 등 주주 친화적 정책 시행→ 대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관계 일치’라는 문구를 넣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향후 한국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추가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 상장사로 한국전력, 두산, LS산전과 SK그룹 계열사를 꼽는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전력에 대해 “올해 실적 회복으로 의미 있는 배당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올해 예상실적 기준 배당수익률은 2.8%이며 내년에는 본사 용지 매각으로 특별배당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해 KFC와 두산동아 매각으로 1250억원가량 현금 유입이 있었다. 최원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으로 주당 배당금을 늘리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어 올해도 주당 배당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LS산전에 대해 “지난 수년간 배당성향 30% 원칙을 지켜온 몇 안 되는 상장사”라며 “올해도 이 원칙은 유지될 수 있고, 안정적 이익성장과 더불어 주당 배당금도 연 10%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
한편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SK C&C→SK(주)→SK이노베이션·SK텔레콤’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 전계열사의 배당 확대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또 SK C&C와 합병설이 도는 SK(주)의 경우 올해 두 차례나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조시영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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