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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10월 28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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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나 전쟁 상황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비상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줄을 서는 장면을 자주 나온다. 대형마트는 몇 개 남지 않은 통조림을 서로 가져가겠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통조림에 붙은 소비자가격은 의미가 없다. 어떤 이는 10달러짜리 통조림을 수백 달러에 사가기도 한다.
최근 회사채 시장 분위기에서 이같은 재난 상황이 엿보인다. 손님(기관투자자)들이 대형마트(회사채 시장)에서 물건(채권)에 적힌 권장소비자 가격(공모희망 금리)보다 높은 가격에도 물건을 사겠다고 계산대(수요예측)에 앞에 서 있다. 기관들이 '저금리'라는 '재난'을 견디기 위해 비상식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공모 희망금리 하단 아래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난다. 회사채가 공모 희망금리 하단 아래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기록적인 저금리와 '회사채 품귀현상'으로 기관투자자들 채권 확보 경쟁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28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채를 발행한 대웅제약과 비엠더블유(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대림코퍼레이션 등은 회사가 제시한 공모 희망금리 보다 낮은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채 발행 전 진행되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사자' 주문이 쏟아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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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공모 희망금리 하단이 민평금리보다 낮을수록 회사가 채권 가격을 높게 부른 것이다. 금리가 높으면 회사가 투자자 유치를 위해 채권 가격을 싸게 제시한 것이다.
대웅제약이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모집금액 7배가 넘는 7800억원이 몰렸다. 이 중에서는 회사가 제시한 최저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로 채권을 가져가겠다는 투자자도 있었다.
결국 최종 발행금리는 민평보다 0.21%포인트(21bp)낮은 2.590%에 발행됐다. 공모 희망금리 하단 보다 0.06%(6bp) 더 낮았다. 발행금리를 예상보다 낮춰 큰 폭 조달비용이 절약이 예상되면서 대웅제약은 주간사였던 한국투자증권과 인수사인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에 지급한 인수 수수료율을 기존 0.2%에서 0.25%로 올려주는 여유를 보였다.
회사채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금리가 공모 희망금리 하단 아래에서 결정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근 대웅제약 이외에도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와 대림코퍼레이션도 공모 희망금리 하단보다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에 투자하겠다는 기관이 많아 회사가 제시한 채권 가격 최고값 보다도 더 비싸게 채권을 발행했다.
BMW파이낸셜코리아는 지난 21일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을 시도한 결과 발행금리가 민평금리 대비 0.23%포인트(23bp)낮은 2.537%를 기록했다. 기존에 회사측이 제시한 공모 희망금리 하단보다 0.13%(13bp)나 낮았다.
대림코퍼레이션은 3년물(300억원)과 5년물(200억원)으로 총 500억원 규모 수요예측을 지난 7일 진행했는데, 이 중 5년물 발행금리가 공모 희망금리 하단보다 0.09%(9bp)보다 낮은 3.585%를 기록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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