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LG하우시스는 장마감 뒤 발표된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자 다음날 시장에서 폭락했다. 지난 시기의 실적이지만 전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본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매도에 나서면서다.
LG화학은 지난 20일 3분기 영업이익이 35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30.8% 떨어졌다고 밝혔다. 매출도 같은 기간 3.4% 후퇴한 5조6639억원에 그쳤다. 2차전지를 비롯한 신시장 기대감으로 우상향 주가를 보여온 LG화학은 다음날 한순간에 주저앉았다. 10조원대 시가총액인 종목으로는 이례적으로 21일 한순간에 19만4000원까지 14.16% 급락했다. 이틀 뒤에는 추가로 5.41% 떨어졌다. 28일 소폭 반등했지만 20만원 선을 회복하진 못했다. 실적 자체에 실망했더라도 전망이 어둡지 않다면 주가 하락은 막아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2차전지 등 역점 사업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데 의견이 모아지자 투자 심리가 나빠졌다.
LG화학에 이어 건축자재업체로 주가상승을 이어온 LG하우시스도 28일 하한가에 가까운 14.54% 떨어졌다. 전날 3분기 영업이익이 295억원으로 1년 새 15.9% 감소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결과다. 회사 측은 "현대차 파업과 통상임금 등 일시적 비용요인"이라고 설명했지만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이탈이 크게 작용했다. 증권가에서 "일시적 수익성 둔화는 우려할 요인이 아니다"고 진단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견조한 실적을 거둔 LG디스플레이는 주가가 소폭 상승에 그쳤다. 역시 향후 전망이 문제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2일 영업이익 4741억원으로 1년 새 22% 늘었다. 전 분기보다는 191% 개선된 수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어섰다. 애플사 대화면 스마트폰과 대형 TV패널 물량이 늘어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다음날 주가는 2.8% 올랐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27~28일 이틀간 2.74% 하락했다. 애플이 대만 팍스콘에서 디스플레이 납품물량을 늘린다는 소식이 어두워진 전망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애플의 아이폰6가 예상 밖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에는 좀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양상이다.
주요 계열사 LG전자와 LG이노텍, LG상사 등도 실적 발표일을 향해가면서 주가가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휴대폰사업부문(MC)이 회복되는 추세지만 전반적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전망이, LG이노텍 역시 발광다이오드(LED)와 휴대폰 부품 시장이 주춤하면서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 앞선 종목과 마찬가지로 중장기 투자가 적절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도 공통점이다. LG상사는 해외 자원 가격 하락과 마땅한 실적 반등 모멘텀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연중 하락세다.
다만 LG생활건강은 전체 실적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세부적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전문가들은 전자와 화학, 건자재 등 그룹 주력사의 주가 반등이 연말까지는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화학업종의 부진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고 애플 신제품 효과도 전자업종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연
[윤재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