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0월 24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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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일부 상장기업들이 밥먹듯 사명을 바꾸고 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종속회사들의 이름을 내세워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사명 변경이 잦은 기업 상당수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거나 횡령·부도설에 휩싸이는 등 위험 요인들을 감추기 위해 간판만 바꿔다는 사례가 많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에이엠(HAM)미디어는 이달 중순 상호를 '리젠(REGEN) 주식회사'로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달 신규사업 모색을 위해 지난달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체인 리젠코스메틱 주식 26만주(65.0%)를 취득한 데에 따른 것이다.
HAM미디어의 사명 변경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디지털텍을 시작으로 '대영디티' '디지털텍' '쓰리원' 'HAM미디어' '리젠'까지 지난 5년간 5차례나 사명을 변경했다. 이 상호들은 대부분 종속회사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회사 측은 매번 기업 이미지 제고를 목적으로 이름을 바꾸고 있지만 실상은 '흠 감추기'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채권자인 드림맥스가 경찰에 임직원 횡령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해 횡령설에 휘말렸으며 전날에는 소송 판결 지연 공시로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돼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재무상태도 불건전하다. 2011년부터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면서 결손금은 올 상반기 기준 233억원까지 불어났다.
수처리 및 토공 사업체인 영진코퍼레이션도 단순한 이름 바꾸기를 통해 '눈가리기'에 나섰다. 4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영진코퍼레이션은 2009년 '(주)세지'에서 '영진인프라', '와이제이브릭스'를 거쳐 올해 초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특히 영진코퍼레이션은 사업 침체로 불어난 손실과 이자비용을 지속적인 주식담보사채 발행으로 메꾸고 있다. 올해 들어 회사가 공시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규모만 157억원, 9건에 달한다. 올해 초 YJ브릭스에서 영진코레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하기 한 달 전에 취득하기로 했던 타법인 주식을 취득하지 않기로 했음에도 이 사실을 늦게 알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부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계열사 간 통합이나 우회상장 사유로 이름이 바뀌기도 하지만 통상 상호변경은 기업 규모나 인지도가 높지 않은 B2B기업들의 이미지 제고 전략으로 선호된다. 그러나 기업 존속이 불투명한 일부 상장사들이 단순히 사명만 바꾸는 경우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따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주 이름을 바꾸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시 내용과 주주 변동 사항 등을 살펴야 한다"며 "기업 내부적인 수익성 개선이나 사업 변동이 없이 단순한 이미지 제고만을 위해 사명을 바꾸는 지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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