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100위 종목으로 구성된 대형주지수는 7.49%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6.94%와 29.90%씩 상승했고, 코스닥지수도 지난해 말 499.99에서 560.66까지 12.13% 올랐다. 이날 시가총액 기준 중소형주(코스피 중소형주+코스닥) 수익률은 코스피 대형주를 25.58%포인트나 웃돌아 격차가 연중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소형주 과열 논란이 불거지고 현격히 벌어진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수익률 차이가 좁혀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밸류에이션' 기준으로는 그동안 낙폭이 컸던 대형주 위주의 장세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대형주 수급이 지금보다 악화되긴 힘들다"면서 "실적 시즌이 진행되고 투자 심리가 회복되면 대형주와 중소형주 괴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면서 외국인 매도가 일단락될 것"이라면서 "코스피 1900 초반에서 기업 가치 대비 주가 매력이 높아진 대형주 중심의 반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주 장세를 점치기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도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것. 3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이익이 견조한 내수 소비주 중심의 중소형주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화학과 제일기획이 실적에 대한 실망 매물로 14% 넘게 폭락하는 것만 봐도 낙폭과대 대형주를 담기에 변동성이 너무 큰 상황"이라면서 "일단 실적을 확인하고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다음달 초까지 중소형주 개별 종목 트렌드를 바꿀 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실적 시즌이 지나야 대형주 일부에 대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화장품ㆍ의류ㆍ제약ㆍ바이오 업종의 중소형주는 높은 성장성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쇄하고 있어 주가가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도 대형주 투자심리를 반전시킬 촉매가 없다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형주가 낙폭이 크긴 하지만 3분기 실적이 바닥이라는 확신이 없고 수급 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기관투자가들도 연말 결산을 앞두고 수익률 관리를 위해 4분기에도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그동안 성과가 좋았던 중소형주를 들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2개월간 국내 대형주와 중소형주 펀드로 자금이 고르게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처럼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것을 당부했다. 장단기 투자 전략을 달리하라고도 덧붙였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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