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최고경영진의 3분의 1은 자본시장법이 제정 전보다 시장을 제대로 규제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금융투자협회와 KDI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투자업 최고경영진의 35.3%는 자본시장법이 제정 전의 규제체계보다 자본시장을 효율적으로 규제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자본시장법이 제정 전보다 금융시장 및 경제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답도 29.4%로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23.5%보다 높았다.
해당 설문조사는 한국금융투자협회와 KDI의 공동심포지엄인 '고령화 저성장시대, 금융투자산업의 역할'에서 발표됐다.
'한국 자본시장의 규제개혁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김준경 KDI 원장은 "자본시장법으로 자본시장 참여자 전반에 대한 제도통합 및 개혁이 추진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기업여신 등 다양한 기업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고 자산운용산업은 규제가 개선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강화됐다"면서 "다만 금융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측면에서 자본시장의 발전은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은행권 자산 대비 금융투자업의 자산비중은 13.2%로 보험업의 36.5%에 비해서도 낮다.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자기자본증가율을 비교하더라도 금융투자업은 금융업권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금융투자산업의 부진 역시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금융산업 전체의 당기순이익 중 증권업 및 자산운용업의 당기순이익은 2.8%다. 증권업의 경우 평균 ROE가 2000년대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악화됐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금융투자산업의 실적악화는 금융투자업계 자체의 부실한 경영능력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업에 대한 공정한 규제 및 경쟁체제가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최근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창조할 모험산업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구현은 자금공급에 있어서 투자위험은 크지만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혁신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는, 자본시장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규제개혁 방향과 관련해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기능 제고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코넥스시장의 활성화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을 위한 금융제도 개선을 꼽았다.
김 원장은 "금융투자상품에 적용됐던 포괄주의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특히 금융투자업별 업무규제에 대한 과도한 열거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며 "금융참여자간의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제도 마련 및 기업 비용 및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해 불필
또 금융업권간 합리적인 경쟁체제 도입 및 계열사간 겸업규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현재 금융투자업의 제한된 업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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