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조정 장세는 미국 3차 양적완화(QE3)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에볼라 전염병과 이슬람국가(IS) 문제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자금의 '리버스 로테이션(Reverse Rotation)', 즉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이동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은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저조한 데다 현대차의 한국전력 용지 고가 매입 논란으로 외국인들이 분노의 매도에 나서면서 낙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내부적으로 뚜렷한 매수 주체나 주도주, 상승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미국ㆍ중국ㆍ유럽 등 글로벌 경기지표에 따라 불안한 등락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 증시 변동성 확대 원인은
10월 들어서자마자 2000선 붕괴에 이어 지난 17일 1900선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는 20일 전 거래일 대비 30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1930.0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며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준 것이 힘이 됐다. 하지만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200억원대에 불과했고, 대부분 비차익 프로그램에 의한 기계적인 자금 유입으로 추정돼 아직 뚜렷한 추세 전환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은 글로벌 금융자본이 위험자산(선진국과 신흥국 주식)에서 안전자산(선진국 채권)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국의 QE3 종료 이후 내년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지난달부터 미국 달러 강세가 본격 시작된 것이 이러한 자금 이동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한국은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3분기 4조원대의 저조한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했고, 현대차그룹의 한전 용지 고가 매입 논란을 야기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싱가포르 현지 헤지펀드 운용 자회사인 키아라의 김성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대차의 한전 용지 매입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많다"며 "최근 주가 하락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일부 외국인들이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경기 불안 진정되나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코스피가 지난주 후반에 발표된 미국 9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 등 지표 호조로 반등하긴 했지만, 아직 글로벌 경기 불안이 해소됐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21일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GDP)과 23일 HSBC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 이달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다음달 중간선거,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시행 여부 등 연이은 글로벌 이벤트에 따라 등락 장세를 거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준 삼성자산운용 CIO는 "현 수준보다 더 떨어지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오를 가능성이 큰 것도 아니다"며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다음달까지 해외발 악재가 꾸준히 국내 증시를 괴롭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달러 강세 관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정책 우려가 조금씩 진정되고 유가 역시 바닥권을 형성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글로벌 경기 불안의 핵심인 유럽은 여전히 지켜봐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 불안한 조정장 대응 전략은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식의 청산가치를 의미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1900 선에서 코스피 하단은 지켜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수급 측면에서 국내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 움직임이 지수 추가 하락을 방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국내주식형 펀드는 16거래일 연속으로 자금
전문가들은 하단은 비교적 견고하지만 상승 여력이 제한된 만큼 당분간 단기 낙폭 과대 종목 위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등에 따른 추격 매수보단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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