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과가 우수한 펀드들의 특징은 중국 소비, 고령화, 지배구조 개편 등 구조적인 시장환경 변화를 포트폴리오에 잘 담아냈다는 점이다.
조선이나 화학 등 대형 장비산업이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고,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국가대표 수출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구조적 성장주를 찾아 투자하는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란 지적이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 가운데 성과가 가장 좋은 펀드는 '트러스톤밸류웨이'로 최근 1년 수익률이 23.06%에 달한다. 이 펀드가 포트폴리오에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은 현대홈쇼핑(8월 1일 기준 3.22%)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는 보통주는 전혀 없고 우선주만 각각 2.33%와 3.14%를 담고 있다.
다음으로 최근 1년 수익률이 높은 '메리츠코리아'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이 펀드가 포트폴리오에 가장 많이 담은 상위 3개 종목은 호텔신라(2.65%) 아모레G(2.65%) CJ(2.34%)다. 4번째와 5번째로 많이 담은 종목은 각각 SK그룹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로 꼽히는 SK C&C(2.29%)와 현대글로비스(2.29%)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담고 있지 않다.
이 밖에 '이스트스프링핵심타겟20'(20.01%) '프랭클린골드'(19.09%) '이스트스프링업종일등'(17.43%) 등 최근 성과가 좋은 다른 펀드들도 한결같이 IT 자동차 화학 정유 등 업종의 주요 종목들을 아예 담지 않았거나 비중이 매우 낮다.
그렇다면 요즘 잘나가는 펀드들은 어떤 종목들에 투자하고 있을까. 매일경제가 최근 1년 수익률 상위 5개 일반주식형 펀드의 포트폴리오 주요 종목을 살펴본 결과 화장품(아모레G 한국콜마 코스맥스BTI) 식품(CJ제일제당 오리온 오뚜기) 의류(휠라코리아 신세계인터내셔날) 호텔(호텔신라) 등 중국 소비 관련주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코리아 펀드와 프랭클린골드 펀드는 고령화사회를 맞아 점차 수요가 커지고 있는 바이오ㆍ헬스케어 관련주인 바이오스페이스(2.15%)와 세운메디칼(5.47%) 비중이 컸다. 프랭클린골드 펀드는 현대글로비스(6.43%) SK C&C(6.2%) 삼성물산(3.63%) 등 주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 네이버, 미국 셰일가스 생산으로 국제 원유값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는 한국전력, 신규 주택 구입보다는 기존 주택 리모델링이 유행하면서 실적이 상승한 LG하우시스 등도 달라진 시장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주로 각광받고 있다.
배당주 펀드를 제외한 일반주식형 펀드에서 최근 눈에 띄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남동우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날 주식투자전략 세미나에서 "이머징마켓 소비, 고령화, 모바일 등 세계 경제나 인구 구조, 라이프스타일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수혜를 입고 있는 성장주를 찾아 분산투자하는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도 최근 인터뷰에서 "그동안 국내 증시를 이끌어왔던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성장성이 꺾이고 있다"며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성장성을 기대해 볼 만한 테마는 중국 소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바이오ㆍ헬스케어 3가지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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