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원두커피 사업부문을 115억원에 롯데푸드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계열사 프랜차이즈 카페인 엔젤리너스와 소매 업체들에 커피 원두를 가공, 납품하는 사업 등이 일괄 롯데푸드로 넘어가게 됐다.
롯데칠성 측은 경영 효율화 제고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여기에 '생수 사업 집중'이라는 구체적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이 커피 사업을 정리함과 동시에 자회사 백학음료의 유상증자에 참여, 13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백학음료는 '아이시스 평화공원 삼림수', 'DMZ 청정수' 등을 생산하는 생수 전문 기업이다. 백학음료는 아이시스를 생산하는 연천 공장을 증설해 하루 600톤의 생산량을 16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생수 시장이 올해 전년 대비 10% 성장한 6000억원까지 커지면서 롯데칠성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장점유율 2위인 롯데칠성은 1위 제주삼다수와의 격차가 30% 정도 벌어져있어 커피 사업을 정리하고 생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두커피사업을 양도하면서 매각 차익 약 10억원이 4분기에 반영될 것"이라며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음료, 주류 사업 중심의 경영 효율화를 진행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롯데푸드로선 지난 5월 한국네슬레의 지분 인수에 이어 원두사업을 품에 안으면서 그룹내 커피 사업을 전담하게 됐다. 원두 유통업도 흡수하면서 커피 제조부터 판매까지 일원화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커피 사업의 시너지 효과보단 적자 사업을 인수한데 따른 우려가 큰 상황이다. 양수 발표 이후 롯데푸드의 주가는 3.3% 하락하며 마감했다.
한국네슬레는 지난해 2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4%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고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번 인수한 커피 사업 부문의 매출도 올 3분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 늘어나는데 그쳐 성장이 다소 둔화됐다.
다만 그룹 내 커피 사업이 한곳에 모이면서 중복되던 사업이 정리, 장기적으로 시너
이선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열사 간에 흩어져있던 원두커피 사업을 하나의 회사가 총괄하는 의미"라며 "한국네슬레와 롯데칠성 간의 겹치던 사업이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복 투자를 막아 사업의 효율화를 제고했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