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당초 올해 약 11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지난달 말까지 6조원가량을 집행하는 데 그친 만큼 최근 조정을 맞아 4분기에 자금 집행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국내 주식을 저가 매수하는 계기로 삼으면 증시 상승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과거 증시 조정 국면에서 통신ㆍ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와 전기전자ㆍ인터넷 등 낙폭 과대 성장주를 동시에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 성향의 연금이 최근 시장 상황에서도 과거와 비슷한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3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의 올해와 내년도 기금운용 계획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올해 말까지 96조8656억원, 내년 말에는 106조1659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0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금액이 55조원이었음을 비교하면 5년 만에 규모가 갑절로 늘어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공식적으로 올해 7월 말까지 국내 주식에 90조632억원을 투자했고 9월 말까지 약 91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금운용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5조~6조원, 내년 말까지 약 15조원을 추가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한 달 사이 외국인이 2조5000억원가량을 팔아치운 것을 감안하면 수급 측면에서 연금의 힘만으로 쏟아지는 외국인 매물을 상당 부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8년 이후 연기금의 연간 매수 규모는 평균 9조1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3분기까지 과거보다 투자 금액이 적다"며 "연기금이 통상적으로 4분기에 자금 집행 비중을 높이는 점을 감안하면 연기금의 증시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계자는 "연금이 지수를 방어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예정된 운용계획 범위 안에서 성장성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비중을 늘려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정 국면에서 국민연금은 어떤 업종과 종목을 사들일까. 최근 2~3년 사이 코스피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분석해보면 통신ㆍ유틸리티 등 대표적인 경기방어 업종과 ITㆍ인터넷 등 주요 성장 업종의 대표 종목을 동시에 사들이는, 이른바 '바벨 전략'을 펼쳐왔음을 알 수 있다.
연금은 2012년 6월 미국 2차 양적완화 종료 이후 달러 강세로 주가가 급락했을 당시에는 SK텔레콤과 KT, SK하이닉스와 LG화학을 매수했다. 이듬해 4월 일본 엔화의 급격한 약세로 증시가 조정받았을 때 역시 한국전력과 KT,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동시에 순매수했다. 최근 한 달 조정 국면에서도 SK텔레콤과 한국전력, 네이버와 SK하이닉스 등 방어주와 낙폭 과대 성장주를 함께 사들였다. 조 연구원은 "연기금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국내 증시 저평가 구간에서 가파른 속도로 매수세를 강화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 왔다"며 "연기금의 최근 거래 비중이
하재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에서는 연기금의 매수 종목을 추종하는 것이 효과적인 종목 선택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연기금의 순매매 강도가 강한 주요 종목은 금호타이어 게임빌 네이버 등"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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