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위 관계자가 우리은행의 상임감사 인사를 지켜보고 내뱉은 탄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임시주총을 열어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수경 변호사(56)를 상임감사로 선임했다. 정 감사는 우리은행과 인연도 없고 금융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정당에서 일하다가 2001년 사시 43회에 합격하면서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2008년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냈고 2012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41번을 받기도 했다. 정 감사에게서‘금융'의 끈을 찾자면 금감원 금융소비자패널위원ㆍ금융분쟁조정위원(2005~2011년)을 꼽을 수 있겠지만 복잡하고 전문화된 은행 업무를 이해할 수 있는 경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금융권과 우리은행 노조는 정 감사에 대해 정치권의 줄을 타고 내려온 '정피아(정치+마피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낙하산 인사에는 정치권ㆍ청와대 ○○○이 있더라'는 식의 소문도 나온다.
우리은행 감사 자리는 그동안 감사원ㆍ금융당국 출신이 내려오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자리였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가 막히자 그 자리를 정피아가 차지한 것이다.
상임감사는 은행의 내부통제를 지휘하면서 금융사고ㆍ비리를 막아야 하는 엄중한 자리이다. 가뜩이나 올해 들어 불법 대출ㆍ정보 유출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아 내부통제가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도 낙하산 인사가 벌어진 것은 '은행이 어떻게 되든지
챙겨주고 싶었다면 정 감사에게 어울리는 다른 자리를 찾았어야 했다.
[금융부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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