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326 일대. [김재훈 기자] |
한 블록만 더 가면 삼성래미안과 현대힐스테이트 등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지만 이곳은 빌라를 포함한 노후된 저층 주택 9동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층수 제한을 기존 7층에서 15층까지로 완화함에 따라 주민 분담금이 크게 줄어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형곤 장안동 동대표는 "지난 1년간 분담금 문제 때문에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이라며 "사업 추진이 순조로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업이 추진 중인 장안동 326에 거주하는 주민은 총 56가구로 대부분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고령층이다. 독거노인 등 소득이 낮은 가구가 많아 그간 분담금에 대한 부담 탓에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동대문구에 따르면 이 지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시 발생하는 분담금은 전용면적 3.3㎡당 1250만원으로 추산됐지만 최대 층수가 15층까지로 완화되면 이보다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현재 분담금 산정과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기본설계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계획대로라면 연말께 조합설립에 나서 내년 초 착공해 이르면 내년 말 사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지역 연립주택 대지지분 가격 상승세는 덕분에 더 가팔라졌다.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삼성연립주택 69.3㎡ 지분은 최근 3억1000만원 선까지 오른 채 매물로 나와 있다.
장안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 계획이 발표된 후 3.3㎡당 1200만원 선이던 연립주택 지분 가격이 지금은 1500만원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이곳을 필두로 앞으로 서울시 내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연립주택 단지가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초동과 면목동 일대에서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장안동은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326 이외에도 개발을 원하는 주민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다세대주택으로 재건축을 하면 최고 5층까지만 개발이 되다 보니 수익성이 훨씬 높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원하는 주민과 단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정책에는 용적률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기존보다 사업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현재 정비사업 대상지인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상한선인 200% 제한은 층수 제한이 풀리는 것과 관계없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한 장안동 주민은 "용적률 200%로 어떻게 15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겠느냐"며 "용적률 제한에 맞추다 보면 초소형 평형만 가득한 '하꼬방(판잣집
■ <용어 설명>
▷ 가로주택정비사업 : 서울시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도입한 제도로, 도로에 둘러싸인 블록 단위 노후 주택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용지 면적이 1만㎡ 미만, 전체 건물의 3분의 2 이상이 노후 불량 건축물이어야 추진 가능하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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