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企에 지분투자…'관계형 금융' 팔걷은 은행
![]() |
인천 남동공단 A중소기업 대표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은행들이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 곧바로 자금을 회수해버리는 '비올 때 우산 뺏기' 관행을 계속하면서 중소기업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ㆍ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최근 합의해 이달 중 시행하기로 한 '관계형 금융 가이드라인' 취지는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장기 대출과 투자ㆍ컨설팅을 합쳐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관계형 금융이 자리 잡으면 은행이 중소기업에 든든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금융감독원은 기대했다. 관계형 금융이란 금융사가 재무 상태와 같은 정량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인 거래ㆍ접촉ㆍ현장 방문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분 투자, 장기 대출 등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 가이드라인 핵심은 재무ㆍ신용등급 면에서 다소 부족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에 3년 이상 장기 자금을 지원하는 부분이다.
지원 구조는 이렇다. 은행은 지점 추천 등을 받아 성장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선정하고 '관계형 금융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협약을 체결한 중소기업에는 은행이 최대 15%까지 지분 투자를 하고 우대금리로 3년 이상 장기 대출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은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계ㆍ세무ㆍ외환 등의 컨설팅과 경영 자문도 제공한다.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실질적인 경영 지원을 하는 셈이다.
관계형 금융 협약은 기본 3년간 유효하며 1년씩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다만 대상 중소기업이 중견ㆍ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되면 협약은 연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기업에서 대주주의 배임ㆍ횡령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 3년이 되기 전에라도 은행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은행들은 각 행에 관계형 금융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담당할 '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전담조직을 두기로 했다. 또 직원들이 관계형 금융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가이드라인ㆍ내규를 지킨 투자ㆍ대출에 대해서는 부실이 나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우리ㆍ하나은행 등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됨에 따라 자행에 적합한 세부 시행안과 조직 등을 구축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관계형 금융 핵심인 지분 투자를 위해 전담부서를 두기로 하고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담인력이 필요하다"며 "관계형 금융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세부 시행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사업본부 주도로 '관계형 금융운영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관계형 금융을 위해 필요한 비재무적 정보와 관련해 구체적 평가 지표도 마련했고 향후 내규도 개정해나갈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거래 기업 중 관계형 금융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관계형 금
관계형 금융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술 금융과 함께 관계형 금융이 활성화되면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 안정훈 기자 / 배미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