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츠로시스의 '통 큰' 유상증자에 개인투자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유통 주식수가 늘면서 주식 가치가 희석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츠로시스는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000만주를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 한다. 주당 가격은 1350원으로 확보한 자금 135억원은 모두 차입금은 상환하는 데 투입된다.
전체 지분의 71.62%를 보유하고 있는 일반 소액 주주들은 최근 주가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규모 유증이 결정되면서 한숨만 쉬고 있다. 현재 2220만주인 주식수가 3220만주로 늘어나면서 총 주식수가 1.43배까지 증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증 확정 가격이 현 주가와 약 100원 내외밖에 차이 나지 않아 주가 하락 시 손실을 볼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분의 28%를 갖고 있는 장태수 비츠로시스 회장도 최대주주로서 유증에 참여한다. 다만 사재를 들여 직접 투자하지 않고 자신이 보유한 관계사 비츠로씨앤씨를 통해 신주를 인수한다.
장 회장은 이번 유증에서 283만주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관계사 비츠로씨앤씨에 주당 329원에 매각했다. 비츠로씨앤씨는 신주 가격인 1350원을 더해 1679원에 주식을 매수하는 셈이 됐다.
이는 계약이 체결된 22일 종가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현재 시장가보다는 약 200원이 비싸 비츠로씨앤씨는 사실상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일 오후 1시 45분 현재 1465원인 주가를 기준으로 약 6억원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장 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한 관계사를 통해 유증에 참여한 것은 지분을 장기 보유할 것이란 의지 표현"이라며 "비츠로시스의 주식이 오르면 지분을 보유한 비츠로씨앤씨 가치도 함께 상승하는 효과가 있어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이같은 대규모 유증을 실시하는 이유는 해외 사업에서 발생한 적자 때문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진행중인 플랜트 사업이 현지 내전으로 인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손실이 발생했다. 이때 차입한 마이너스 대출과 구매자금 대출 등의 만기가 곧 도래하면서 유증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3월 164억원에서 불과 1년 3개월 만인 올해 6월 355억원까지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단기 채무가 쌓이다보니 회사의 자금 흐름도 악화됐다. 이 회사의 유동비율도 91.15까지 떨어졌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100만원이라면 이 기간 회사가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은 91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모자란 9만원을 마련하겠다는 게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다.
비츠로시스는 3월 결산 기업으로 이번 1분기(4~6월)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247억59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4억2600만원, 당기순이익도 3억52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다 보니 주가도 하락세다. 올해 4월 2369원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약 5개월만에 약 70%가 떨어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사업으로 인해 차입금이 크게 증가하고 적자도 발생했지만 내년 3월 결산기에는 흑자전환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유증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연구 개발에 자금을 투입,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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