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 지배구조' 전문가 19명 긴급설문
KB금융그룹 차기 지배구조와 관련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7.4%인 9명이 '회장과 행장 겸임 후 경영 정상화 뒤 분리'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현행처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한 지배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명(31.5%)으로 나타났다. 차기 회장만 제대로 된 인물이 온다면 지배구조는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도 2명(10.5%)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6일 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던 차기 지배구조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회추위에서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지금처럼 회장과 행장이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분간 겸임 후 분리' 방안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설문에 참여한 시중은행 부행장 A씨는 "지주회사체제 기본개념과 역할에 충실하려면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게 맞지만 현재의 KB금융은 상당히 특수한 상황"이라며 "KB금융이기 때문에 회장과 행장은 겸임해서라도 봉합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직 KB금융그룹 내 임원 중 한 명도 "솔직히 회장과 행장이 당분간 겸직해야 하는 상황이 맞다"며 "조직이 안정된 다음에 회장이 직접 행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임한 KB 전직 임원도 '당분간 겸직'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회장을 내부 출신으로 할지, 외부 출신으로 할지에 대한 설문에서도 KB 내부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응답자의 57.9%인 11명이 외부 출신으로 은행 경험이 있는자가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출신을 가리지 말고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자격이 충분하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15명(79%)에 달했다. 반드시 내부 출신이 와야 한다는 응답은 4명(21.1%)에 그쳤다. 그러나 설문에 참여한 KB금융 임원은 "이번에는 KB금융이 외부 출신이 들어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와 다르다. 일반 직원들도 격앙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부행장 B씨는 "KB 내분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조직을 끌고 가는 리더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회장과 은행장으로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그야말로 금융에 능통한 사람이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시중은행 부행장 C씨는 "외부에서 와서 주인 행세를 하니까 소통도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그래서 KB금융이 이처럼 망가졌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어지러운 조직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KB 내분 사태 한가운데 있었던 집행임원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시중은행 부행장 D씨는 "회장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은행장과 갈등을 부추겼던 집행임원들이 그대로 남아 차기 회장 선출에 간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며 "공정한 차기 회장 선출과 지배구조 구성을 위해서는 스스로 물러나든지, 아니면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이라는 채널 간 갈등을 부추긴 그들이 누군지는 KB 내부에서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부행장 E씨는 "채널이나 출신 성분으로 갈등을 빚는 이들에게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처럼 단호한 태도로 갈등 요소를 제거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문응답자(가나다순)=△익명 KB금융 전ㆍ현직 임원 3명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오훈 외환은행 전무 △김도진 기업은행 부행장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대표 △이경섭 농협금융지주 부사장 △이광구 우리은행 부
[송성훈 기자 / 강계만 기자 / 김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