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위한 값싼 임대주택 확대를 명분으로 출발한 행복주택은 주민 반발ㆍ주변 임대료 하락 등 역효과로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서울 양천구 목1동 목동유수지 일대 10만5000㎡ 터에 행복주택 1300가구를 짓겠다는 정부 계획은 지난 3월 양천구청이 국토교통부에 제기한 사업취소 행정소송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지난 5월 착공에 들어간 서대문구 남가좌동 일대 가좌지구에서도 주민 비대위가 공사 취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올해 초 도입한 후보지선정협의회를 통해 사업지 선정 갈등을 해소하려 했지만 민간전문가ㆍ주민ㆍ지자체 등 각계 이견을 통일하기 힘들다 보니 되레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기존 '아파트급' 행복주택 계획을 축소하는 대신 100가구 이하 소규모 임대단지로 방향을 바꾼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현재 지구 지정이 완료된 수도권 내 행복주택사업지 중 5개(서울 천왕ㆍ과천 지식정보ㆍ파주 운정ㆍ김포 한강ㆍ인천 용마루) 지구는 1000가구를 훌쩍 넘는 대단지다. 서울 양원(930가구)ㆍ서울 오류역(890가구) 등 7개 지구도 500가구 이상 단지다. 가구 수가 많다 보니 주민 반발도 크고 사업 자체가 늘어지고 있다. 한꺼번에 저소득층 공공임대 수천 가구를 한 지역에 몰아넣는 데 대한 슬럼화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 보금자리주택도 5차 사업지까지 '신도시급' 보금자리지구를 지정했지만 6차부터는 신정ㆍ오금동 등에 500~1000가구 내외 소규모 단지급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바 있다.
덩치는 줄이는 대신 공급 유형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규모로 필요한 임대주택을 채우기 위해서는 다품종 주택이 필요하다"며 "건설형 임대
규모가 축소되면서 약속했던 행복주택 공급량 달성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 내 공급 가구는 줄지만 상대적으로 임대주택 거부감이 덜하고 땅이 많은 지방 대도시에선 지자체를 중심으로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가 추가 공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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