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충격의 핵심은 현금의 '기회비용'이다. 현금은 곧 가능성이다. 현대차그룹의 10조5500억원이 한전 용지가 아닌 다른 투자에 사용됐을 경우 더 높은 효용을 얻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투자자를 불편하게 한 것이다. 해외 30만대 공장을 짓는 데 통상 1조원 현금이 투입된다. 이번 건설 총액 15조~16조원은 15개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돈에 해당한다. 대당 평균단가 2000만원으로 계산하면 이 금액은 연간 450만대, 매출액 90조원, 영업이익 8조원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판매법인과 금융법인, 부품업체의 부가적 이익까지 따지면 더 증폭될 수 있다. 규모로도 현재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총 생산량이 800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200만대 이상, 즉 글로벌 1위까지 올라설 수 있는 재원이 될 수 있다.
직접투자가 아니더라도 인수ㆍ합병(M&A)을 통한 확장 자금으로 사용될 수도 있었다. M&A는 현재 해당 브랜드의 고객을 함께 사는 개념이라 신규 증설보다 가치가 크다. 240만대 규모의 크라이슬러 지분 100%를 인수한 피아트도 총 12조원을 지불하는 데 그쳤다. 인도 타타그룹이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재규어ㆍ랜드로버를 인수한 가격이 2조3000억원에 불과했고, 르노가 러시아 1위 아브토바스를 인수한 가격도 1조원이 안 됐다.
연구개발비도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HEV와 FCEV 등 친환경차 투자를 위해 향후 1조8000억엔(약 2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유 현금은 초이노믹스 이후 주주가치 제고의 방편인 배당 성향 확대로도 이어질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3사의 순현금 26조원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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