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삼성 금융 계열사, 미래에셋 등과 제휴 관계를 맺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과 접촉에 나섰다. 아직 고위급 만남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실무 차원에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이들 금융사들과 협상을 진행한 후 9월 말이나 10월 초에 협력 파트너사 한 곳 정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증권ㆍ보험 계열사들을 매각함에 따라 단순히 상품을 팔아주는 관계를 넘어서 복합점포를 구성하고 상품 개발ㆍ영업 등에서 협력할 제휴사를 물색해야 할 상황"이라며 "증권ㆍ보험ㆍ자산운용사를 보유한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절차 일환으로 지난 3월 우리투자증권ㆍ아비바생명을 NH농협금융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또 정부가 증권ㆍ보험ㆍ은행 등이 모여 있는 복합점포에 대해 물리적 사무공간 구분을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하면서 보험ㆍ증권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신한ㆍ국민ㆍ농협은행 등이 이 분야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복합점포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매각한 계열사를 대신해 전략적으로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은행이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금융사들은 계열 회사에 은행이 없으면서 보험ㆍ증권ㆍ자산운용 등을 보유한 곳들이다. 제휴 관계가 잘 맺어진다면 복합점포뿐 아니라 상품 개발ㆍ영업 등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 측 판단이다.
전략적 제휴 효과를 볼 수 있는 대표적 분야 중 하나로 방카슈랑스가 꼽힌다. 우리은행 방카슈랑스 신규 판매액은 월납환산보험료(월평균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2010년 428억원 △2011년 546억원 △2012년 744억원 △2013년 678억원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매각된 우리아비바생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4% 안팎이다. 이 위치를 대신해줄 수 있는 제휴사를 찾게 되면 보험 상품을 개발할 때 금리 등에서 다른 회사와 차등을 둔 '우리은행형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 등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 은행에 주어지는 판매수수료 등도 양사 간 협력과 협상에 따라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보험료 송금 계좌 등을 통해 고객 확보와 예금 유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보험사로서는 우리은행이라는 우호적 대형 판매대행처를 확보해 영업력을 높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증권ㆍ자산운영 계열은 사이버 증권계좌나 우리은행형 자산운용상품 개발 등을 해볼
일부에서는 11월 말 우리은행 민영화 입찰 때 전략적 제휴사가 소수 지분 입찰에 참여해 지분을 소폭 매입함으로써 파트너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ㆍ보험ㆍ증권 등에서 협력ㆍ시너지가 중요해지고 있는 게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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