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은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한진이 지주사ㆍ사업회사로 분할된 뒤 지주사를 정석기업ㆍ한진칼과 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분 27.21%를 보유한 정석기업과 정석기업ㆍ조 회장이 각각 19.4%, 6.9% 보유한 한진의 주식 가치 상승 속도가 한진칼보다 빨라야 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한진칼은 주가가 높아질수록 합병 이후 오너 일가 지분 확보에 불리한 구조에 있다. 한진그룹은 법률상 내년 7월까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주가 상승폭 차이가 컸다. 지난달 29일 기준 한진칼이 58.5% 상승하는 동안 한진은 97.4%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다만 시나리오 현실화 시점은 다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석기업은 지난달 27일 조 회장 자녀인 조현아ㆍ조현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주식 2만3960주(1.28%)씩 회사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대금은 59억여 원이다. 계열사 한진정보통신도 1만1324주(0.6%)를 매각하면서 정석기업은 자사주를 4.4% 신규 취득했다.
증권 업계에선 오너 일가가 정석기업 지분을 매각한 데 대해 세금 문제 등 갑작스럽게 현금이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설명이 나온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를 짓누르는 것도 실적 하향세와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 매입 필요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대했던 배당 증가 정책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동일한 이유로 해석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인 122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3.38%고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도 0.57%에 그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당장 주가를 부양할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SK C&C가 지분 31.48%를 보유한 (주)SK도 주가가 오르지 않아야 지배구조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종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C&C 지분 33.1%로 최대주주로 양사 합병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 비율로 최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면 SK C&C 주가가 높아져야 하는 반면 SK는 반대 상황에 놓여 있다.
그룹 지배구조상 핵심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도 대비된 처지에 놓여 있다. 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 31.88%를 보유한 반면 현대모비스는 주식이 전혀 없어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하는 등 순환출자 고리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과 교환 등 다양한 예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역시 중요한 것은 현대모비스 주가의 상승 방지다. 연초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31% 상승세를
지주사를 분석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개편 구도에 대한 그림이 어느 정도 정해진 그룹사는 주가 방향도 예측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에 따라 대응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수익을 얻거나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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