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호 행장 |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둘러싼 'KB 내분'을 지켜보며 여전히 수군거리고 있다. 국민은행 임원 인사가 26일 단행된 가운데 다음주에는 후속 부서장ㆍ지점장, 팀장ㆍ팀원 인사도 예정돼 있어 은행 내부적으로 어수선하다. 이 행장은 이날 미얀마로 출장을 떠났다. KB금융지주는 곧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지난 두 달간 이어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이후 봉합될 듯하던 KB 사태가 '주전산기 임직원 3명 검찰 고발'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검찰까지 KB 사태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게 된 것이다.
국민은행은 IT본부장인 조근철 상무뿐만 아니라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와 문윤호 KB금융지주 IT기획부장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26일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은행은 고발장에서 "임원 3명은 유닉스 시스템이 성능시험에서 1700회나 다운되는 등 명백히 성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여러 가지 환경을 조작하고 시스템이 다운된 사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지난 5월부터 '중대한 범죄'로 판단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을 고발하기로 생각했다"며 "이사회에서 유닉스 전환 관련 감사보고서 접수조차 거부된 상황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금감원에 요청했고 제재심 결과가 나왔으니 형사고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주와 싸우려는 게 결코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지주는 이 행장이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전날 국민은행 인사도 탕평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IT임원 검찰 고발로 인해 찬물을 끼얹었다"고 염려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23일 KB금융그룹 화합을 위해 실시된 경영진 템플스테이 행사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22일 저녁 임영록 회장만 숙소를 단독 배정한 데 대해 항의하던 이건호 행장이 계열사 대표들과 언쟁을 벌이다가 밤늦게 먼저 귀가하는 등 KB 내분은 불씨를 남겼다.
KB 내분 사태가 석 달간 이어지면서 KB금융그룹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국민은행 원화 예수금 점유율은 2012년 20.9%에서 2013년 20.9%를 거쳐 올해 상반기 20.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우리(17.5%) 신한(16.4%) 농협(15.8%) 등은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 순이익은 5462억원으로 신한(8421억원) 기업(6195억원) 하나(5568억원) 등 경쟁 은행에 밀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KB 내분으로 경영 공백이 이어지면서 국민은행 영업력이 사실상 모두 멈
금융당국도 KB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에서 해당 직원들이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금감원이 중징계를 했던 것"이라며 "행장이 지주회사 직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보니 조직 내 갈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강계만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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