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외시장인 K-OTC(Korea Over-The-Counter) 시장이 25일 새롭게 문을 연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기존 프리보드시장을 확장한 K-OTC 시장이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개설된 프리보드 시장은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에 중소기업 전문 주식시장인 코넥스 시장이 개장하면서 빛이 바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프리보드 시장의 일일 거래액은 8000만원 수준으로 유가증권 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에 비해 미비했다. 이에 협회는 비상장우량기업이나 이전에 상장폐지된 기업 중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난 기업을 프리보드 시장에 편입함으로써 장외시장 활성화에 새로이 나섰다.
앞서 협회는 지난 20일 56개 종목을 K-OTC 시장에 편입했다. 삼성SDS, 포스코건설, SK건설, 미래에셋생명보험, 하이투자증권, LS전선 등 대형사가 편입되면서 56개 업체의 평균 자본금은 659억원, 평균 매출액은 6327억원으로 기존 프리보드 시장 평균 자본금인 24억원에 비해 크게 뛰었다. 773개사가 등록된 유가증권 시장의 평균 자본금인 1326억원보다는 적지만 1015개사의 코스닥 시장의 평균자본금인 129억원은 가뿐하게 넘어선 수치다.
56개 기업의 상당수는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과거 상장폐지됐던 기업이다. 지난 2월 상장폐지됐던 엘레덱스홀딩스(과거 룩손에너지홀딩스)도 이번에 포함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상장을 앞둔 삼성SDS다. 삼성SDS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2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지만 거래 기준가는 4만7550원으로 책정됐다. 협회는 일단 주당순자산을 기준가로 잡고 첫날 주가 변동폭을 30~500%로 넓혔다. 이후 일일 가격제한폭은 기준가 대비 상하한선 30%다. 상장폐지 당시 정리매매 마지막날 40원에 거래됐던 엘레덱스의 기준가가 497원으로 잡힌 것도 이 때문이다.
K-OTC 시장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매매가 가능하다. 장외주식 사이트로서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매자를 찾아 수수료를 지불하는 번거로움을 덜었다. 주식만 입고해두면 HTS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협회는 K-OTC 시장의 일일 거래액이 최대 2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년 내 일일 거래액이 100억원 가량으로 확대되면 시장은 안정화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 활성화에 양도소득세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지분율 2% 미만, 시가총액 50억원 미만에는 양도소득세가 면제되지만 K-OTC 시장의 경우 대기업 20%, 중소기업 10% 등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벤처기업에 한해서는 비과세가 유지된다. 이는 사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장외주식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기존 장외시장은 개인간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투자자가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위법이 다수 발생해왔다.
증권업 관계자는 "사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의 경우 수수료가 2% 안팎이지만 K-OTC 시장의 경우 0.09%로 크게 낮아 과세에 대한 부담이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간 프리보드 시장이 침체를 겪어왔던 만큼 유가증권 시장이나 코스닥 시장과 비교해 장점을 확고히 드러내지 못하면 거래량 자체가 미비해 다시금 하향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S, 포스코건설, SK건설, 미래에셋생명보험, 하이투자증권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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